“깜짝 놀랐다. 난 그 정도 사람이 아닌데 정말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박항서 감독)
베트남 국민 영웅된 박 감독 -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으로 이끌어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쓴 박항서(가운데) 대표팀 감독이 28일 하노이 인근 노이바이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 인파를 향해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하노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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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지 108일째를 맞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박항서(59) 감독이 경기를 마친지 1시간 만에 문 대통령에게서 축전을 받았다. 베트남은 지난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결승전 연장 후반 종료 1분 전 결승골을 내줘 1-2로 분패했다.
특히 이날 초록색 그라운드를 뒤덮을 정도로 폭설이 쏟아졌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도 볼 컨트롤에 애를 먹었는데 “눈 구경을 해본 선수가 셋 뿐인” 베트남 선수들은 더 힘들어했다. 세 경기째 연장을 치른 어린 선수들이 지칠 법도 한데 끈질긴 수비와 효과적인 역습으로 상대에게 애를 먹였다. 똘똘 뭉쳐 투혼을 불사르는 그들을 응원하던 베트남 교민들은 억울한 준우승에 눈물을 흘렸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들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보좌하며 한·일 월드컵 4강 기적을 썼던 박 감독은 위업을 쌓으며 베트남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카타르에 0-1로 져 4위에 그친 한국 대표팀에 보내는 팬들의 냉소와는 대조적이다. 박 감독은 AFC 홈페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폭설 속에서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는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하지만 져서 베트남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으로부터 노동훈장을 받는다. 지도자 한 명이 어떻게 팀을 바꾸는지 보여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8월 아시안게임, 내년 AFC 아시안컵 등에서 한국을 괴롭힐지도 모를 일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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