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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한 정현(22·한국체대)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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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경기 모습. [AFP=연합뉴스] |
정현(세계 58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0(7-6(7-4) 7-5 7-6(7-3))으로 꺾었다. 이로써 정현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역시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이 기록한 한국 선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 16강을 뛰어넘었다. 이제 정현은 24일 텐니스 샌드그렌(96위·미국)과 4강 티켓을 놓고 다툰다. 앞으로 이번 대회 정현의 승리는 그대로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가 된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 가는 그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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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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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아버지 정석진씨가 그의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고 형 정홍(25)도 실업 선수로 활약하는 '테니스 집안'에서 자랐다. 그런데 그가 테니스를 시작한 결정적 이유는 집안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난시 치료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정현은 어릴 때부터 고도 근시와 난시를 겪었다. 이에 의사는 책을 읽는 것보다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 코트를 바라보는 것이 낫다고 권유했다고 한다. 아버지도 이 의견에 힘을 보탰다. 정현은 난시 치료를 위해 라켓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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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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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테니스를 할 때마다 고글을 써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외국 언론으로부터 '교수님'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요즘도 고도 근시와 난시로 교정시력은 0.6 미만이라고 한다. 두꺼운 안경을 써야만 한다. 테니스 선수 중 고글을 착용하는 선수는 드물다. 고글을 쓴다고 해도 눈 부심을 막기 위한 용도다. 정현은 경기 중 땀을 닦기 위해 고글을 수백번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불편을 감내하며 경기를 해왔다. 고글을 벗고 땀을 훔치는 모습은 어느덧 그의 상징이 됐다. 정현은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안경을 착용해 이제 와 벗는다면 허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시력교정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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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큰절. [EPA=연합뉴스] |
정현은 조코비치를 물리친 직후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큰절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큰절 세리머니'에 관해 묻자 정현은 "저를 도와주시는 스폰서·매니저·팀이 있었다. 또 우리 가족이 다 모여 있었다"며 "우리 집 막내인데도 외국에 나가 있고, 막내처럼 행동하지 못한다. 평소 잘 표현하지 못하는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큰절"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은 또 "오늘 승리로 인해 한국에서 테니스 붐이 더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 많은 꿈 중 하나가 이뤄진 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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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정현은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았다. 2015년에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서배너 챌린저 단식 결승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이형택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들었다. 2017년에는 기량이 한껏 더 성장해 독일 BMW오픈 4강,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32강에 이어 차세대 선수들이 겨루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ATP 투어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한국 선수가 ATP 투어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3년 1월 시드니 인터내셔널에서 이형택의 우승 이후 14년만의 일이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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