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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최강자' 조코비치도 무릎 꿇린 끈기의 정현, 2016년 완패 기억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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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정현(22)이 다시 한 번 제대로 사고를 쳤다. 왕년의 테니스 최강자마저 무너뜨렸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의 로이드 레이버 아레나 센터 코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계랭킹 14위·세르비아)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0(7-6<4> 7-5 7-6<3>) 완승을 거뒀다.

정현은 2년 전 해당 대회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완패하며 현격한 실력 차를 절감한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에서만 12차례 우승한 스타였고, 정현은 떠오르는 신예 선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두 선수의 처지는 크게 뒤바뀌었다. 정현은 세계 톱랭커도 꺾어낼 정도로 급성장했고, 팔꿈치 부상으로 7개월을 쉬었던 조코비치의 몸상태는 정상 컨디션과 거리가 있었다. 이렇다보니 2번째 맞대결의 양상은 2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정현은 첫 세트부터 조코비치와 대등하게 맞붙었다. 특히 1세트에서 4게임을 연속으로 따내면서, 오히려 조코비치를 몰아붙였다. 분명 초반 흐름은 정현의 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었다.

하지만 조코비치가 5번째 게임부터 서브에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접전 양상으로 치닫았다. 정현은 한 때 1세트 게임스코어에서 5-6으로 열세를 보였지만 6-6 동률을 만든 뒤 타이브레이크를 통해 가까스로 세트를 가져갔다. 서비스 포인트와 백핸드 발리로 점수를 쌓아나갔고 특유의 끈기가 빛났던 1세트였다.

1세트 승리로 기세가 오른 정현은 2세트에서도 조코비치와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 4차례의 듀스 접전 끝에 2세트의 첫 게임을 먼저 가져간 정현은 포핸드의 정교함이 살아나면서 세트 초반 게임스코어에서 4-1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쉽게 끝나지 않았다. 4-2에서 서비스게임을 가져오지 못했고 게임스코어는 어느새 4-4 원점이 됐다.

1세트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결국 집중력 싸움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2세트에서 6개의 언포스드에러에 그친 정현에 비해 조코비치는 무려 19개의 언포스드에러를 쏟아내며 스스로 무너졌다. 실제로 게임스코어 6-5에서 정현은 듀스 접전 속 조코비치의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며 2세트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정현의 끈기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3세트 역시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5-5에 이어 6-6 동률을 이루며 1세트에 이어 재차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침착함을 유지한 정현이 서서히 기세를 잡아나갔다. 타이브레이크 돌입과 동시에 3포인트를 연속해 따냈고, 3-3 동률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3포인트를 추가해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 단식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종전 기록은 이형택(은퇴)이 세운 지난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이다. 정현의 8강 상대는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세계랭킹 97위)으로 같은 날 열렸던 16강전에서 도미니크 티엠(오스트리아·세계랭킹 4위)을 잡아낸 또 다른 이변의 주인공이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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