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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진화하는 정현… 2R서 3대0 완승, 호주오픈 3R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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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US오픈 우승 델 포트로 "정현, 가장 눈에 띄는 차세대 스타"

테니스 세계 58위인 정현(22)은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고 승리하자 오른 주먹을 쥐고 웃었다. 멜버른 코트로 응원을 온 한국 교민에겐 일일이 사인을 해 줬다.

그는 18일 열린 호주오픈(총상금 5500만호주달러·약 469억원) 남자 단식 2라운드에서 세계 53위인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를 3대0으로 꺾고 32명이 겨루는 3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이 대회 첫 3라운드 진출이다. 정현은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3라운드에 올랐다. 역대 한국 남자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이형택의 US오픈 16강 진출(2000·2007년)이다.

메드베데프는 이 대회 직전 열린 시드니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정현은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7―4)까지 가는 55분 승부 끝에 따냈다. 나머지 두 세트는 강한 체력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앞서나갔다.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로 메드베데프를 요리했다. 섭씨 39도까지 치솟은 폭염 속에서 정현과 랠리를 하던 메드베데프는 금세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경기 막판엔 라켓을 지팡이처럼 땅에 짚으며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정현은 경기 후 "난 아직 프로가 되는 과정에 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현이 지난해 11월 ATP 투어 첫 우승(넥스트 젠 ATP 파이널스)을 차지한 후 한 단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은 "자신감이 붙으면서 공격적인 플레이가 늘었다. 네트 플레이 등 세밀한 부분만 보완하면 톱 랭커들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현은 메드베데프가 라켓으로 공을 건드리지도 못할 정도로 날카로운 샷으로 39번 득점해 상대(위닝샷 25개)를 압도했다. 2009 US 오픈 우승자인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10위)는 자국 언론에 정현을 차세대 스타로 지목하며 "경기에 맞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영리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정현은 지난달 태국 동계훈련부터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고드윈 코치는 지난 시즌 ATP 투어 '올해의 코치'로 뽑힌 인물이다. 정현은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4위)와 20일 16강 진출을 다툰다. 즈베레프는 정현이 1라운드에서 꺾었던 미샤 즈베레프의 동생이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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