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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젊은 연주가들 기교 좋지만 로봇처럼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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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빈필 악장 라이너 퀴힐 내한

“줄리니, 균형 잘 잡아준 최고 지휘자… 카라얀은 모든것 완벽하게 제어”

동아일보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카를로스 클라이버…. 45년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수많은 거장 지휘자와 함께해 온 라이너 퀴힐(68·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빈 필과 함께한 지휘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를 꼽았다.

“모든 지휘자가 각자 음악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있어요. 때로 자기중심적 지휘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심에서 한발 물러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가장 좋은 지휘자죠. 그런 면에서 줄리니가 가장 뛰어났어요.”

그는 “카라얀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할 줄 알았고, 번스타인은 음악적 지식이 많아 좋은 지휘자일 뿐 아니라 훌륭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며 “클라이버는 말러 8번 교향곡처럼 웅장한 곡도 섬세하고 정확하게 이끌 줄 아는 ‘팔이 긴 지휘자’”라고 기억했다.

퀴힐은 “늦은 나이인 11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빈 필의 음악회를 보며 단원이 되길 열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세였던 1971년 빈 필의 악장이 됐다. 연두색 재킷에 붉은 손수건을 꽂고 나타난 그는 45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인물답게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요제프 라너와 요한 슈트라우스가 있었던 19세기 빈에는 비행기도 컴퓨터도 없었어요. 작곡가들은 말을 타고 숲에서 새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었죠. 저는 브람스가 소나타를 지은 오스트리아 호숫가에도 가봤어요. 삭막한 도시에서 기계들에 둘러싸여 자라는 현대의 젊은 연주가들이 기교는 뛰어나지만 때로는 로봇처럼 연주한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워요.”

퀴힐은 18일 서울 금호아트홀의 거장 내한 시리즈 ‘금호아트홀 익스클루시브’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20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도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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