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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무르익는 손흥민… 현실로 다가오는 '에이스'와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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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토트넘의 손흥민이 5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펄펄 날고 있다. 물 올랐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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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15일, "정말 물이 올랐다. (손)흥민이가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바랄 게 없겠다"는 평가와 바람을 전했다. 많은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의 대동소이한 마음일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한국축구도 '진짜 에이스'와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다.

손흥민의 기세가 마치 대나무가 쪼개지는 듯하다. 손흥민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MVP급 활약상이었다.

비단 2개의 공격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이날 손흥민의 퍼포먼스는 그 어떤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다. 잃어버린 포인트도 있다. 골대를 맞히는 불운도 있었고, 기막힌 패스를 동료가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그런 아쉬움을 다 포함해도 이날 가장 빛난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팔이 안으로 굽은 시선도 아니다. 에버턴전 이후 스카이 스포츠와 데일리 메일 등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에게 평점 9점으로 최고점을 부여했다. ESPN은 15일 23라운드 전 경기를 종합해 발표한 베스트11에 손흥민을 측면 공격수로 선정했다.

이날 골로 손흥민은 리그 홈경기 5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12월10일 스토크 시티전을 시작으로 브라이튼, 사우스햄튼, 웨스트햄 그리고 에버턴을 상대로 꼬박꼬박 득점을 기록했다. 장족의 발전이다.

손흥민에게는 과거 '손기복'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있었다. 말 그대로, 잘할 때는 잘하지만 그것이 들쭉날쭉해 팬들로부터 '기복이 심하다'는 핀잔을 들어야했다. 톱 클래스 선수를 분류할 때 중요한 평가가치인 '꾸준함'에서도 이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리고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공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또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부터 토트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은, 그러나 대표팀 유니폼으로만 갈아입으면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스스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상대의 집중마크도 손흥민을 답답하게 만들었으며 토트넘에서와 다른 동료들의 지원도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런 고충을 또 극복해야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다.

좀처럼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던 손흥민은 지난해 막바지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은 모습을 보여줬다.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에서 영감을 얻은 신태용 감독이 그를 원톱으로 배치하면서 손흥민도 살고 팀도 업그레이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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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해준다면, 한국대표팀도 '에이스'와 함께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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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공격수가 아닌 중앙 공격수로 위치를 바꾼 손흥민은 이전보다 더 많은 직접 슈팅 기회를 잡았고,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2017년 11월10일)로 홀로 2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견인했다. 비록 골을 추가하지는 못했으나 나흘 뒤 세르비아와의 평가전(1-1)에서도 손흥민의 파괴력은 돋보였다.

대표팀에서 오명을 씻어낸 손흥민은 2017년의 마무리와 2018년의 시작을 관통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컵의 해를 앞두고 계속해서 반가운 소식들이 날아든다는 것은 신태용 감독은 물론 동료 선수들에게도 힘을 북돋아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존재만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선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과거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뛰던 시절,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한 클럽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한 선수를 크게 신경 써야했다. 한국 축구는 잘 몰라도 박지성을 모르는 팀과 선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에이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프랑스전/1-1 무)에서도 골을 넣었고 2010년 남아공 대회 때(그리스전/2-0 승)도 스스로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동료들을 이끌었다. 리더였고 에이스였고 골잡이였다. 냉정히 말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박지성급 존재감을 발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렇게 에이스 없이 나간 월드컵은 우리에게 1무2패라는 혹독한 결과를 안겼다.

그때 박지성이 보여준 힘을 기대케 하는 선수가 비로소 보이는 느낌이다. 적어도 지금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는 손흥민이라면, 진짜 에이스와 함께 하는 월드컵도 현실이 될 수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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