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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알파고 대결 동지’ 이세돌·커제, 유대감 끈끈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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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젊은 커제 더 발전할 것”

커제 “선배의 수 너무 현란해 패배”

2018 해비치 대국선 이 9단 승리

중앙일보

대국 전 악수하는 이세돌(왼쪽) 9단과 커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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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 바둑 최고수들’에게는 특별한 동질감이 있다. 바로 인간을 대표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맞섰던 기억 때문이다.

중국의 커제(21) 9단은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2018 해비치 이세돌 vs 커제 바둑대국’을 마친 뒤 좀 특별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이세돌 선배님과 나는 ‘알파고’와 대결해봤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선배님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아주 괴로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우리 둘만 알파고를 상대해봤기 때문”이라고 돌이켰다.

두 사람은 전 세계에서 알파고와 공식대결을 펼쳤던 ‘유이(唯二)’한 선수들이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 한국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를 맞아 1승 4패를 기록했다. 커제 9단은 지난해 5월 중국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알파고와 세 차례 맞붙어 전패를 당했다. 이세돌 9단은 “당시의 나는 준비가 너무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커제 9단은 아직 어려서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 알파고의 실력이 강해져서 지금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커제 9단이 더 발전해서 ‘알파고’를 이겨주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바둑의 본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나눴다. 이세돌 9단은 “바둑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두는 것이다. 커제 9단처럼 좋은 후배, 그리고 선배들과 두는 것이 바둑의 본질에 가깝다”고 말했다. 커제 9단도 “알파고와의 대결과 달리 인간끼리의 바둑에서는 많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며 이 9단의 말에 동감을 표시했다. 이날 대국에선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흑으로 1집 반 승리했다. 이 9단은 “초반에는 나쁘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힘든 바둑이었다. 커제 9단이 양보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커제 9단은 “선배님이 두는 수가 너무 현란해서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패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와 바둑을 뒀다면 후반에 어떤 기회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바둑이라 이세돌 선배님에게 마지막에 실수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내가 실수를 했다”며 웃었다.

제주=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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