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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동아시안컵] CD 같던 응원만 들린 아지노모토… 일본에서 일본을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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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서 4-1 역전승… 대회 사상 첫 2연패

뉴스1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염기훈이 동료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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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뉴스1) 임성일 기자 = 경기를 앞두고 벤치 앞에서 선발 11명과 벤치 멤버들 그리고 전 코칭스태프가 모두 모여 어깨동무로 원을 그린 뒤 파이팅을 외쳤다. 남자대표팀의 경기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장면이다.

김남일 코치는 크게 숨을 내쉬었고 그 밝은 차두리 코치의 표정도 묵직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은 그만큼 간절했다. 그 뜻이 하늘에 닿은 결과가 나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이날 열린 일본과의 대회 최종 3차전에서 김신욱의 멀티골 등을 앞세워 4-1로 완승했다. 대회 우승을 위해, 최근 대일본전 5경기 무승(3무2패) 고리를 끊기 위해, 나아가 내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을 향한 동력을 얻기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했던 78번째 한일전은 해피엔딩이었다.

이날 신태용 감독은 4-4-2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에 힘을 주고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근호와 김신욱을 함께 배치했고 김민우를 위로 끌어올린 것을 포함해 고요한과 김진수 등 공격적인 측면 자원들을 투입시켰다. 우승을 위해 꼭 골을 넣어야하기에 위험부담을 감수했는데, 최악에서 출발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센터백 장현수가 상대의 돌파를 박스 안에서 막는 과정에서 팔을 썼다는 판정이 내려지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를 일본의 간판 공격수 고바야시 유가 성공시키면서 리드를 빼앗긴 채 시작했다. 한국은 우승하려면 무조건 승리해야했던 경기다. 갑자기 2골이 필요해졌다.

결과적으로는 벼랑 끝으로 몰린 이 상황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더 높여준 결과가 나왔다. 허를 찔려 피를 본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독려하면서 전투력을 키웠다. 가장 칭찬할 점은, 실점 이후 곧바로 주도권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전반 11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신욱의 헤딩 슈팅이 이어졌고 이후 이재성의 왼발 슈팅 등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반 13분,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가 올린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김신욱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 듀오의 콤비네이션, 김신욱이라는 공격수의 위력이 발휘됐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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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추가골을 넣은 정우영이 동료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7.1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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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동점골을 만들어낸 뒤에도 기세를 멈추지 않던 한국은 10분 뒤, 후반 23분 정우영이 직접 프리킥 득점으로 기름을 부었다. 호날두를 연상케 하는 멋진 드롭슈팅이었다.

그리고 전반 35분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3번째 득점이 나왔다. 이번에도 득점자는 김신욱이었고 전북 동료 이재성의 어시스트가 발판이 됐다. 이재성이 특유의 밸런스로 수비수 2~3명과의 싸움을 이겨낸 뒤 자유롭게 있던 김신욱에게 공을 내줬고, 이를 김신욱이 왼발 슈팅으로 정확히 연결해 추가골을 뽑아냈다.

후반 들어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패스를 자랑하는 일본대표팀도 쫓기자 실수가 남발됐다. 반면 한국은 마냥 웅크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공격을 진행하며 상대를 더 괴롭혔다. 되는 날은 뭐든지 잘 풀리는 법이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22분 지친 이근호를 불러들이고 염기훈을 투입했다. 그리고 염기훈은 곧바로 프리킥 찬스에서 자신의 전매특허 같은 직접 프리킥을 쏘아 올려 다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내준 뒤 만들어낸 4-1. 최고의 한일전이 됐다.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4만9970명이 만석인 대형 스타디움이다. 이 경기장이 일본 팬들로 꽉 들어찼다. 한국 쪽 원정 응원단이 자리했던 곳 주변에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비워둔 곳을 제외하면 빈자리를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경기장 전체가 떠들썩했다. 선제골까지 뽑아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본 서포터 '울트라 니폰'이 자리한 왼쪽 측면에서만 응원구호가 나왔다. 그것도 실점이 반복되자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마치 CD를 틀어놓은 듯 무미건조한 소리였다.

최종집계 결과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는 3만6645명이었다. 그중 대다수가 일본을 응원하던 팬들이었다. 그들 모두 '사무라이 재팬'이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행복한 토요일 저녁을 생각하며 스타디움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남은 것은 한국 축구대표팀과 한국의 팬들 뿐이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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