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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양동근 “결혼 전엔 ‘힙합계 마광수’, 이젠 기저귀값 걱정”(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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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양동근이 '보그맘' 인터뷰를 진행했다. 폴라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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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은 연기자로서 드라마, 영화, 시트콤뿐만 아니라 래퍼 YDG로서, 그리고 예능인으로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왠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최근 ‘변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오랜 경험과 가족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양동근은 자신이 변화했음을 인정하며 “젊음을 내어놓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감지하게 될 때가 있다. 다들 그렇지 않나. 젊음은 아름답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라고 운을 떼며, 음악 소재가 변하는 것에 대해서도 “결혼 전에는 ‘힙합계의 마광수’였다. 이제는 카드값, 기저귀 같은 테마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예전 스타일이 좋다는 분들에게는 그래도 앨범이 남아 있으니 많이 들으시라고 한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덕분에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늘었다. 최근 그는 ‘고등래퍼’ ‘정글의 법칙’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 출연했다. 과거에 그는 “예능 울렁증이 있어서 기피”했지만, 최근엔 나아졌다고 한다. 양동근은 “원래 인간관계에 취약하다. 예능은 센스 있고 잘 받아치고 웃겨야 하는데 나는 완전 진지하다. 농담도 진짜로 받아들여서 힘든 타입이다. 그러다가 ‘쇼미더머니’를 통해 예능을 한 번 두 번 나가게 됐다. 오히려 요즘엔 짜놓은 것보다는 정해지지 않은 것이 좋다. 지금 인터뷰처럼 살아있는 것 얼마나 좋나.(웃음) 게다가 와이프가 예능을 좋아하는데 같이 보면서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

올해 많은 활동을 한 것에 대해 양동근은 “일을 쉬면 안 돼서 닥치는 대로 했다. 가정을 돌봐야 할 가장이 아닌가. 오히려 월급쟁이였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다. 쉬게 되면 불안하다. 연예인들은 프리랜서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일이 없으면 가장에게는 정말 고통이다”라며 앨범 활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팔린다.(웃음) 공연도 ‘쇼미더머니’ 친구들이 잘 하고 있다. 대신 내가 노리고 있는 틈새시장이 있는데 이건 내년쯤 아시게 될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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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이 '보그맘' 인터뷰를 진행했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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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으로서의 삶을 중시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도 줄었다. 양동근은 “‘나는 없어’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라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가 예전엔 중요했고 요즘도 때때로 떠오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기준이 바뀌고 있다. 내 자아를 없애면 와이프가 행복할 수 있다. 처음엔 그렇게 마음을 먹은 것이었는데, 이제는 실제로도 마음이 바뀌었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이제는 바깥 약속이 귀찮고 일이 끝나면 빨리 집에 가서 애들을 봐야 할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삶이 변한 만큼, 그리고 나이가 든 만큼 양동근의 연기 철학도 조금 달라졌다. 그는 “‘남자배우는 40부터다’, 이 말은 10대 때부터 현장에서 어른들에게 인이 박이도록 들어온 거다. 그때는 정말 먼 얘기였다. ‘그럼 난 배우가 아니네’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이제 진짜 40세가 되지 않았나. 30년 동안 나는 워밍업을 한 거다. 대학이 아니라 현장을 통해 공부를 했다. 30년 공부했으니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보그맘’이 자신의 ‘연기 인생 2막’의 첫 시작이라고 말했다. 2막은 앞으로 어떨 것 같냐라는 질문에 그는 “어렸을 때는 꿈이 있었다. ‘나는 성룡처럼 마이클잭슨처럼 될 거야’라는 꿈이었다. 소년출세를 해서 앨범도 내고 액션 영화도 찍고 꿈을 다 이뤘다. 어떻게 보면 롤러코스터처럼 빨리 느꼈다. 빨리 올라갔고 빨리 떨어졌다”라며 “이제는 내가 계획할 수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주어질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왜냐면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흘러왔더라. 내가 필요한 곳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라고 이야기 했다.

양동근은 아역부터 지금까지 연예계 생활을 해오면서 올해 30년 차를 맞이했다. 39세인 그에게는 인생의 대부분을 걸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그에게 30년의 연예계 생활은 만족할 만한 삶일까. 양동근은 “만족이라기보다 ‘나한테 이런 삶이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부족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하면 끝도 없다. 대신 나는 다른 사람들이 돈 주고 배우는 것들, 예를 들면 말 타는 것이나 스쿠버 등도 그냥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 인터뷰임을 언급하며 “이전 인터뷰에서는 내 부정적 시각들을 뱉었다. 마지막이니까 태도가 바뀐다. 그간 감사했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대가 된다. 이건 앞서 했던 인터뷰들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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