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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우리가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돼”…방탄소년단 울린 아미의 2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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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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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수빈 기자] 데뷔의 날이 왔다. 해가 뜨고 문이 열리고 빛이 쏟아졌다. 첫 무대, 첫 함성, 첫 만남 그 모든 처음의 순간들. 멀리 파도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바다에 다다른 줄 알았다. 어둠은 빛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시작됐다. 환호가 끝나기도 전에 비난이 몰려왔다. 파도 소리는 착각 같았다. 사막의 밤에는 꿈을 꿀 수 없었다.

10일 그룹 방탄소년단은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3-THE WINGS TOUR THE FINAL’을 개최하며 2013년 6월13일에 대해 이같이 회상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2월18일 시작한 ‘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3-THE WINGS TOUR’을 마무리하며 그들의 한을 토해냈다.

‘MIC Drop’ 댄스 브레이크 버전으로 포문을 연 ‘THE WINGS TOUR’는 첫 무대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힙합 성애자’와 멤버 개인 무대 그리고 ‘Born Singer’와 ‘봄날’까지 관객을 웃고 울렸던 ‘THE WINGS TOUR’의 5가지 순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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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I wish I could love myself, 사랑해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 일곱 남자의 이름이 고척돔을 가득 채웠다. 아미(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명)는 연신 이들의 이름을 환호하며 방탄소년단에게 응원을 보냈다.

또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상남자’ 무대에 “왜 내 맘을 흔드는 방탄”이라며 화답했다. 그런가 하면 아미는 지금은 행복한데 불행하다며 “I wish I could love myself”라고 하는 RM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RM 대신 RM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Begin’, ‘Lie’, ‘First Love’, ‘Reflection’, ‘Stigma’, ‘MAMA’, ‘Awake’ 등 멤버 개인 무대는 물론, 방탄소년단에게 첫 1위를 안겨준 ‘I NEED U’, 모두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든 ‘RUN’, 최근 발표한 ‘DNA’까지 멤버들은 능숙하게 무대를 끌어가며 아미와 소통했다. 기자석에서도 “대박이다”는 웅성임이 가득 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무대에 떼창으로 화답하며, 방탄만이 아닌 아티스트와 아미가 함께 무대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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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파도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바다에 다다른 줄 알았다.

파도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바다에 다다른 줄 알았다. 어둠은 빛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시작됐다. 환호가 끝나기도 전에 비난이 몰려왔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ㅍㅈㅅㄴㄷ’, ‘Plagiarism’. 우리는 쓰러지고 부서지고 주저앉았다. 데뷔는 도착이 아니라 출발이었다.

2013년 6월13일 데뷔 직후 방탄소년단은 많은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유치하다는 이름, 표절, 여성 혐오 등 수 많은 것이 방탄의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데뷔하면 바다에 도착할 줄 알았던 방탄소년단은 이곳이 바다인지 푸른 사막인지, 파도인지 모래바람인지, 희망인지 절망인지 헷갈린다고 노래했다.

‘한방에서 일곱이 잠을 청하던 시절도, 잠이 들기 전 내일은 다를 거라는 믿음도, 사막의 신기루 형태는 보이지만 잡히지는 않았고 끝이 없던 이 사막에서 살아남기를 빌어. 현실이 아니기를 빌어. 결국 신기루는 잡히고 현실이 됐고, 두렵던 사막은 우리의 피땀눈물로 채운 바다가 됐어. 그런데 이 행복들 사이에 이 두려움들은 뭘까. 원래 이곳은 사막이란 걸 우린 너무 잘 알아’

‘I'm a Born Singer 좀 늦어버린 고백 I Swear 언제나 멀기만 했었던 신기루가 눈앞에 있어’라고 노래했던 방탄소년단은 신기루를 잡았지만 사막인 걸 알기에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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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우리가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돼

방탄소년단의 혼란을 잠재워 준 건 아미였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혼돈에 “우리가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돼”라는 플래카드로 그들에게 답했다.

“언제까지 내 것일 순 없어 큰 박수갈채가. 영원한 관객은 없대도 난 노래할 거야”라는 방탄소년단에게 아미는 9일 “영원을 말할게, 변하지 않을게”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파도를 느끼고 있는지 아직도 모래바람에 쫓기고 있는지 I don't know”라는 방탄에게는 10일 “우리가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돼”라고 답했다.

‘Born Singer’ 무대 후 해당 플래카드가 공개되자 RM은 “이 슬로건은 진짜 반칙이다”며 울먹였고 지민도 “그렇다. ‘Born Singer’, ‘둘셋’을 부르는 중간에 슬로건 글을 읽으면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오늘은 심쿵이다”고 전했다.

정국은 운 탓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슬로건 ‘Born Singer’ 때 안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이때 들었으면 벌써 음 이탈 났다”고 해 팬들에게 눈물 어린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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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방탄은 아프지만 아프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을 것

장장 10개월간의 ‘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3-THE WINGS TOUR’를 마무리하며 멤버들은 시원섭섭함으로 소감을 전했다.

제이홉은 “오늘 진짜 마지막이다. 10개월의 공연이 끝나간다는 생각에 시원하고 후련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이 오니까 졸업하는 느낌이다”며 “여러분 함께 있어 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뷔는 “제 주위 분들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준다. ‘역시 방탄’, ‘야, 너 방탄이잖아’ 이 말을 많이 듣는다”며 “이게 다 우리 아미 여러분이 만들어 준 거다. 무대 하나하나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닦았다.

정국 역시 “올해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모든 성과와 기회는 여러분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며 “오늘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 여러분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슈가는 “억압과 편견을 막아내고 우리의 가치와 음악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많은 사람한테 우리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웃는 날만 있으면 좋겠다. 기쁜데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RM은 “데뷔할 때 무서웠다. 망할까 봐,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라며 “우리끼리 ‘어떡하냐, 이렇게 하면 좋아해 줄까? 저렇게 하면 싫어할 것 같은데’ 이런 얘기만 했다”며 “그랬던 기억을 잊고 싶지는 않다. 이것도 저의 일부다. 앞으로도 분명히 아픔과 시련이 있을 걸 알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믿고 좋아해 주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M은 “이제 방탄은 아프지만 아프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고, 두렵지만 두렵지 않을 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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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저긴 온통 겨울 뿐이야, 8월에도 겨울이 와

“저긴 온통 겨울 뿐이야(봄날-여긴 온통 겨울 뿐이야)”, “누구는 담배, 누구는 바람 필 때(BTS Cyper PT.3 : KILLER-남자는 담배, 여자는 바람 필 때)”, “어쨌든 스물다섯에 너보다 잘나가는 나야, 선글라스 Hairstyle 왜 욕했는지 알아, 나는 내가 될 거야 (Born Singer-어쨌든 스무 살에 너보다 잘나가는 나야, 선글라스 Hairstyle 왜 욕하는지 알아, 나는 랩 스타가 될 거야)”


3곡의 가사를 바꿔 부른 RM은 그 이유에 대해 “‘봄날은 이제는 저희가 겨울을 뚫고 왔다고 생각했고, ‘BTS Cyper PT.3 : KILLER’는 잘못된 부분을 깨닫고 수정했다”며 “‘Born Singer’는 데뷔를 했을 때 쓴 곡이라 현재 시점에서 진정성을 담기 위해 바꿨다”고 전했다.

RM이 말했듯 방탄소년단의 겨울은 지난 듯하다. 2017년 한 해에만 케이팝 그룹 최초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 앨범 LOVE YOURSELF 承 ‘Her’는 가온차트 집계 사상 최다 판매량, 미국 3대 방송사 ABC, NBC, CBS 러브콜, 케이팝 그룹 최초 ‘2017 AMAs’ 무대, 케이팝 그룹 최초 미국 빌보드 HOT 100 28위, 케이팝 최초 빌보드 200 7위 등 최초, 최다의 기록을 연일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RM은 “요즘 편지나 팬카페를 보면 ‘너희가 잘돼서 너무 좋은데, 내 꿈은 제자리걸음이다. 너희가 멀리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만, 마음이 뒤숭숭하다’라는 팬분들의 글을 많이 봤다”며 “저희도 저희가 잘 될 거라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다”며 아미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이어 그는 “저희도 처음에 죽기 전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 한 번 해보고 은퇴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며 “방탄소년단도 꼬질꼬질했는데 저희도 해냈다. 우릴 알아봐 준 여러분들이라면 충분하다”며 자신들보다도 아미를 더 위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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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아미)의 화양연화에 우리도 끼워주세요”라고 말했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저희의 봄날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온갖 돌멩이에도 방탄소년단을 응원했던 아미. 이제는 성장한 방탄소년단이 그런 아미를 보호하는 듯하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이날 개최된 ‘윙스 투어 파이널’로 북남미, 동남아, 호주, 일본 등 19개 도시 40회 55만 명을 동원한 퍼펙트 매진 월드투어를 마무리하며 오는 1월 13, 14일에 팬 미팅을 개최할 계획이다.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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