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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흥국생명 살린 신인 김채연 "프로는 파워가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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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배 MVP…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5순위 지명

10일 KGC인삼공사 전 팀 연패 끊은 1세트 3블로킹

연합뉴스

흥국생명 센터 김채연
흥국생명 센터 김채연이 10일 KGC인삼공사 전이 끝난 뒤 미소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언니, 옆에서 자꾸 쳐다보지 마세요."

흥국생명 신인 미들 블로커 김채연(18)은 인터뷰장에서 팀 선배 이재영(21)이 눈을 떼지 못하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여고생답게 작은 일에도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배구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눈빛이 달라졌다.

"빠른 공격은 (김)나희 언니를 보고 배우고 싶어요. 아직 네트 플레이와 2단 연결이 부족해요. 계속 연습하고, 조언 듣고, 따로 또 연습하면서 부족한 점은 채울 생각입니다."

김채연은 프로 선수가 된 지 갓 3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다.

5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흥국생명은 9월 11일 2017-2018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수원전산여고 출신의 김채연을 호명했다.

이후 흥국생명은 2∼4라운드와 수련선수 지명을 포기했다. 김채연은 팀 내 입단 동기가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신장 183㎝인 김채연은 고교 무대에서 최고의 센터로 불렸다. 키는 큰 편이 아니지만, 공격수의 '버릇'을 읽는 눈썰미가 좋아 블로킹에 능하다.

덕분에 올해 8월 대통령 배 중고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센터로는 이례적으로 여고부 MVP까지 품었다.

센터진의 '높이'가 걱정이었던 흥국생명은 김채연을 곧바로 실전에 투입했다.

아직은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단계라 눈에 띄는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10일 KGC인삼공사 전에서는 수렁에 빠질 뻔한 팀을 구했다.

이번 시즌 최하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흥국생명은 4연패 중에 KGC인삼공사를 만났다.

연합뉴스

김채연, 흥국생명행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7-2018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흥국생명으로 지명된 김채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9.11 jieunlee@yna.co.kr



1세트 김나희를 대신해 교체 투입한 김채연은 20-21에서 한송이의 공격을 가로막아 동점을 만들었고, 23-22에서는 알레나 버그스마의 스파이크를 두 번 연속 블로킹에 성공해 세트를 끝냈다.

1세트를 역전승한 흥국생명은 흐름을 타고 3-0으로 승리,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5득점을 올린 김채연은 "알레나만 잡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계속 집중한 덕분에 순간순간 공격 폼이 보이더라. 그래서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손만 봤는데, 집중하니까 슬로우 모션처럼 폼이 보였다. 전력분석 자료를 많이 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프로 선수로 시작한 김채연은 신기한 것, 어려운 것투성이다.

"공격 파워가 학교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요. 그리고 조용한 공간에서 연습하다가 여기는 음악 틀고 정신없이 하는 것도 집중하기 힘들어요. 처음에는 엄청나게 떨고 긴장했는데, 언니들이 '화이팅 넘치게만 해라'고 해주셔서 자신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김채연의 일거수일투족에 '리액션'을 해준 이재영은 최근 마음고생을 겪은 탓인지 "다들 성장통이 있다. 시기마다 다 다르더라. 그걸 겪어야 시야가 넓어지고, 경기를 즐기게 된다. 힘든 일이 생겨도 좋은 일이 온다. 그렇게 생각하고 잘해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은 아직 김채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다.

신인선수라 감독의 말 한마디가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박 감독은 "우리는 블로킹이 걱정이다. (신장) 180㎝ 넘는 선수가 없다. 막내 (김)채연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처음부터 들어가면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교대해가며 운영한다"고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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