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균재 기자] "상대보다는 우리가 중요하다."
이동국(38, 전북 현대)이 13년 전 전차군단을 돌려세웠던 발리슛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한 조에 속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전차군단' 독일은 한국이 넘기 버거운 상대다.
한국은 독일과 역대 A매치 전적에서 3경기, 1승 2패로 열세다. 두 번의 패배 모두 뼈아팠다. 첫 번째 아픈 기억은 1994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서 당한 2-3 석패다. 또 한 번은 모두가 기억하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전 패배다. 당시 한국은 미하엘 발락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주고, 세계적인 수문장 올리버 칸을 뚫지 못하면서 0-1로 졌다.
2002년 서울서 사상 첫 월드컵 결승행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한국은 2년 6개월 뒤인 2004년 12월 부산에서 완벽한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김동진의 선제골과 이동국의 터닝 발리 결승골, 조재진의 쐐기골을 묶어 발락이 1골을 만회한 독일을 3-1로 물리쳤다. 월드컵 4강에 이어 독일의 골문을 지킨 칸을 세 번이나 무릎 꿇게 했다.
'발리 장인'인 이동국에게도 독일전 골의 임팩트는 상당했다. 휴가 차 해외에 체류 중인 이동국은 OSEN과 모바일 대화를 통해 독일전 골을 회상했다. "당시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상대가 독일이라는 걸 생각하기 전에 내 컨디션과 대표팀의 경기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더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강팀이어도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잘하는 슈팅을 자신 있게 했던 게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동국은 칸과 발락을 비롯해 월드컵 최다골 주인공인 미로슬라브 클로제, 바슈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필립 람 등 전 포지션에서 월드 클래스 선수들을 상대했다. 신태용호도 러시아에서 메수트 외질, 마누엘 노이어, 토니 크로스 등을 넘어야 한다. 이동국은 "상대가 누구인가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 올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동국은 황선홍 FC서울 감독과 함께 독일, 멕시코와 A매치서 모두 골맛을 본 유이한 한국 선수다. 이동국은 2006년 미국에서 열린 멕시코와 친선경기서 결승골을 책임지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의 멕시코전 가장 최근 승리이기도 하다. 이동국은 "멕시코전 골은 운이 좋았다.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상대의 방심이 기회가 됐다. 어느 팀을 만나도 방심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우게 해준 경기였다"고 회고했다.
1998 프랑스 대회와 2010 남아공 대회서 두 차례나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이동국은 태극전사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와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다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무대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설 수 있길 간절히 원하는 수많은 선수들을 생각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을 항상 머리와 가슴 속에 생각하고 경기장에서 뛰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했을 때 받는 박수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그라운드에 나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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