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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공부도 잘하는 야구선수 꿈이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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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공부 잘하는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문경글로벌선진학교 진우영(왼쪽 두 번째)이 지난 1일 벌어진 ‘2017 김용달타격코치배 파워쇼케이스 홈런왕 대회’를 마친 뒤 LG 박용택(왼쪽 첫 번째), 김용달 코치(왼쪽 세 번째), 최향남 감독과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 스티븐 길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스티븐 길(STEVEN KIL)]지난 10월26일 일본에서는 도쿄대학교 법대생인 미야다이 고헤이(宮台康平·22)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에 신인 드래프트 7번째로 지명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최고의 수재들만 모인 서울대 법대를 다니면서 야구선수로 활동하다 프로구단에 입단한 셈이다.

한국의 아마추어 야구는 야구만을 위주로 하는 엘리트야구 체제로 운영되다보니 ‘공부하는 야구선수’는 있어도 ‘공부 잘하는 야구선수’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이가 있고 그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학교와 지도자가 있다. 문경글로벌선진학교(이사장 남진석)의 진우영(17)과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최향남(46)이 좋은 사례다.

진우영은 키 185㎝, 체중 90㎏의 당당한 체격을 갖췄다. 하드웨어상으로는 A급 고교야구선수다. 초등학교 5, 6학년에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엘리트야구만 했고 야구 명문인 배명중에 진학했다. 초등학교시절에는 공부와 야구를 겸하며 간신히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중학교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방과 후 저녁 7~8시까지 훈련하며 1학년 1학기를 마쳤다. 야구실력은 늘었지만 학교 성적은 곤두박질쳐져서 하위권이었다. 결국 진우영은 부모님의 권유로 야구와 함께 공부도 할 수 있는 문경글로벌선진학교로 전학했다.

진우영은 “야구선수로 성공해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다보니 공부를 겸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고 사실 전학을 가기가 싫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나 선택을 잘했다고 느낀다. 그는 “새 학교에서는 수업을 영어로 듣다 보니 외국인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또 야구는 학교 수업을 다 마친 오후 4시경부터 오후 6시반까지만 집중적으로 한다. 그 이후 시간에는 공부도 하고 학교에서 마련해준 보충수업에 참가한다. 바닥이었던 성적도 지금은 중상위권인 B학점을 받고 있어 공부를 하는데도 익숙해졌다”고 자랑했다.

지금 진우영의 목표는 야구선수로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야구선수’의 길을 개척해보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그래서 그는 미국대학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파워쇼케이스월드클래식(Power Showcase World Classic)’에 출전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뒀다. 올해 초부터는 야수보다는 진학 가능성이 높은 투수로 전향해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는데 월드파워쇼케이스에서는 투수와 타자 부문에 모두 도전해볼 생각이다.

진우영은 “주전 투수로 도약한 뒤에 미국 대학에서도 투수로서 통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 2017김용달타격코치배 파워쇼케이스 홈런왕 대회에서 공동 4위를 했고 지난해 이 대회 예선에서는 나무배트로만 홈런을 2개를 쳐서 공동 1위로 예선을 통과한 경험이 있어서 타자로서도 한 번 검증을 받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그를 후원하고 있고 최향남 감독도 그의 기량향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 감독은 해태와 LG, 롯데 등에서 활약했고 클리블랜드와 LA 다저스의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던 개척가였다. 팬들이 ‘향운장’이란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로 야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던 그가 지도자로 변신한 지도 2년째로 접어든다.

최 감독은 진우영에 대해 “야구IQ가 높고 공부에 대한 집념도 강하다. 그래서 훈련을 할 때 집중도가 높다. 체격이 좋고 유연성도 뛰어나 투수로 대성할 것 같다”고 평가한 뒤 “우리 학교 특성상 학교성적이 나쁘면 방과 후에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훈련은 짧지만 강도 높게, 그리고 선수 개인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집중적으로 개인교습을 하듯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영이가 좋은 선례를 남겨야 공부하길 두려워 하는 엘리트 야구선수들이 공부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최근 대학들도 야구실력보다는 학교 내신성적을 더 고려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우리 학교 출신의 한 선수도 대학에 진학했는데 야구실력보다는 내신이 좋아 합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한국 대학들도 점점 ‘공부를 하는 야구선수’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는 야구선수’를 원하는 추세다. 그래서 진우영에게 더 눈길이 간다. 그가 목표한대로 미국 대학에 진학해 한국판 ‘공부 잘하는 야구선수’의 선구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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