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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숙소들 "막판 방값 더 뛸텐데" 예약 거부… 오려던 손님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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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87] 경기 열리는 3개도시 숙박 예약길 막혀… 평창 흥행 찬물

숙박업소들 빈방 있는 데 "단체 받으려 개인 예약 안받아"

"다른 곳은 얼마 받더냐" 묻기도

평창 찾아올 외국인 관광객들, 방 못구해 항공권 구입 포기할판

실제로 유럽·北美에 팬 많은 설상종목 티켓 판매 특히 저조

"값싼 캠핑촌·글램핑 등 운영… 바가지 막고 방 풀게 유도해야"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강릉·정선 지역의 숙소 70곳에 올림픽 기간 숙박이 가능한지 물었다. 대상은 '강원도 관광 홈페이지'에 등록된 숙소로 제한했다. "방 다 나갔어요"보다 더 많이 돌아온 대답은 "지금은 안 돼요"였다. 70곳 중 21곳(30%)은 예약이 완전히 끝났다고 답한 반면 24곳(34%)은 올림픽 기간에 쓸 숙소를 '지금은' 예약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거의 같았다.

"개인 손님을 받으면 '이(이빨)'가 빠져서 나중에 단체 손님을 받을 수가 없어요." "단체 손님이 올지 모르니 개별 예약은 안 받습니다." "지금은 안 되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어요. 12월 말에 다시 연락 주세요"

예약이 가능하다고 답한 25곳(36%)은 대부분 경기장에서 40~50분 이상 떨어진 숙소였다. 이런 곳도 작은 방은 20만원부터 8명이 들어가는 큰 방은 14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숙소 주인들은 "다른 곳은 얼마를 받더냐. 우리도 빨리 정해야 하는데…"라고 되묻기도 했다.

현재 숙박 예약이 안 되는 많은 숙소가 단체 여행객을 기다리며 일종의 '버티기'를 하고 있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이번 올림픽 기간 필요한 1일 평균 숙박 물량을 3만실(2인 1실 기준)로 보고 있다. 하루 예상 관람객 10만명의 60%가 묵는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객실이다. 현재 올림픽 개최 도시 1시간 이내 지역에 4만5000실이 확보돼 있다는 것이 조직위의 추산이다.

조선일보

/사진=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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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회 개막을 87일 남긴 상황에서 '객실은 충분하다'며 조직위와 강원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개인 여행객들은 올림픽 관람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을 맞아 1주일쯤 '올림픽 여행'을 즐기려는 외국인들에겐 '숙소 예약 불발=여행 포기'로 이어진다. 해외여행을 가려면 보통 3~4개월 전에 항공 예약을 끝내는데,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행기표부터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인들은 언어적 제약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숙소를 구하기도 어렵다. 에어비앤비나 각종 호텔 예약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곳에 등록된 숙박 업체는 대부분 예약이 마감됐다.

조직위가 말하는 4만5000실의 상당수가 '숨은 숙소'인 것도 문제다.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려운 민박이나 소형 숙소 등이 이에 속한다. 국내외 관광객 입장에서는 있는지 알기도 어려운 숙소들이다.

이런 상황은 올림픽 입장권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지난 7일 발표한 티켓 판매 현황을 보면 스키를 포함한 설상 종목 판매율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반면 빙상 종목은 70~80%로 높은 편이다. 설상 종목이 유럽과 북미에서 인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유럽·북미 팬들이 평창올림픽에 올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재섭 강원도청 숙식운영과장은 "리모델링에 돈을 들인 일부 숙소는 '단체 손님이 안 오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을 하면서도 여전히 방을 풀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강릉 시내 한 숙소의 주인은 방이 없어 걱정이라는 기자의 말에 "강릉에 숙소가 많은데 무슨 걱정을 하느냐"며 "조금만 기다리면 다 풀릴 것"이라고 했다. 다른 주인은 "숙박업 협회의 지침이 내려와야 가격도 서로 맞추고 방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직위는 동해에 2261실을 갖춘 10만t급 크루즈 여객선 두 척을 확보하는 등 숙박 시설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고, 상인들이 빨리 방을 풀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식 카라반을 일시적으로 싸게 공급해 주변 숙소의 바가지요금에 대응하면서 업주들이 빨리 방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동계올림픽의 성격에 맞는 저렴한 겨울용 캠핑촌이나 글램핑(고급형 캠핑) 텐트촌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 올림픽은 실패한 올림픽이 된다"며 "숙박 형태를 다양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묶인 방을 풀고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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