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에이스의 존재 가치는 단순히 ‘본인만 잘하는’ 능력에 담겨 있지 않다. 에이스라는 단어는 팀을 일으킬 수 있는, 동료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능력에 그 가치가 숨겨있다. 손흥민(25·토트넘)과 기성용(28·스완지시티)이 그랬다. 그들이 보여준 ‘각성한 자의 각오’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일으켰다. 그들이 에이스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콜롬비아를 넘어 이제 세르비아를 향해 달린다. 대표팀은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골을 터트린 손흥민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신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5경기 만에 거둔 값진 승리였다. 또한 앞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과 참패를 반복했던 악몽 같은 10월 평가전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의 열쇠를 찾았다.
그래서 콜롬비아전 의미는 크다. 단순히 ‘승리했다’는 결과물이 전부는 아니다. 콜롬비아 선수단은 시차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다. 승리에 도취해선 안되는 이유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스, 손흥민과 기성용의 무게감이 이전과는 달랐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늘 무거운 마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한다. 나 역시 골을 넣으면 가장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공격수의 중압감을 토로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축구는 결과물을 내야 하고, 나는 결과물을 직접 내놓아야 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기성용 역시 예정보다 빠르게 입국해 대표팀에 합류하며 “주장으로 책임감을 느낀다.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스로서의 압박감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두 선수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팀 분위기도 경기력도 달라졌다. 손흥민은 불안한 볼 터치를 정확한 슈팅력으로 극복하며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기성용 역시 탈압박과 빌드업에서 대표팀 ‘대체 불가’임을 증명했다.
이들이 더 빛났던 이유는 경기력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투지와 헌신이다. 손흥민은 4-4-2 포메이션의 최우선 퍼즐인 전방 압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의 압박 수비는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은 역할이다. 그러나 이 압박이 통할 경우 팀 전체 밸런스를 잡아주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골’은 개인의 영역이고, ‘수비’는 팀의 영역이다. 두 가지의 밸런스가 중요한데, 개인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면 골을 넣을지언정 팀을 승리로 이끌진 못한다. 그와 호흡을 맞춘 이근호(강원)가 전방 압박을 유기적으로 가져가면서 대표팀 경기력이 살아났다.
기성용 역시 흥분상태에 빠진 콜롬비아 선수단에 냉정하게 대응하며 팀을 이끌었다. 흥분하는 동생들을 진정시켰고, 혼란의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을 주도했다. ‘인종차별’ 행동에도 그 누구보다 차갑게 대응하며 팀 중심을 잡았다. 또한 경기장 밖에서 어느 때보다 팀원을 챙겼다는 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꼈고,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느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이스의 존재감은 팀 분위기를 바꾼다. 콜롬비아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는 세계적인 플레이어이다. 그러나 이날 고요한(수원)에 막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신경질적인 반응과 비매너 플레이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보여준 프리킥은 톱클래스임을 증명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진 못했다. 에이스의 존재감은 바로 이런 것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스포츠월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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