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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시합 전엔 스크린골프로 샷점검·공략법 찾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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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투어 챔피언 김홍택

매일경제

스크린골프에는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깨고 KPGA투어 챔피언이 된 김홍택이 스크린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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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승이라는 것이 많은 것을 바꾸게 하네요. 이렇게 인터뷰도 계속 생기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특히 제가 스크린골프 출신인데 사람들에게 '스크린'의 편견을 깼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네요."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골프존파크 삼성 러빙유에서 만난 김홍택(25·AB&I). 최근 '상전벽해'라는 말을 가장 크게 느끼는 프로골퍼가 아닐까.

불과 1년 전만 해도 김홍택의 이름 앞에는 '스크린 황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실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즉 필드 프로골퍼가 아닌 '스크린 프로골퍼 중 최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KPGA 코리안투어에 입문한 첫해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스크린골프에는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보란 듯 깬 순간이다.

Made in 골프존 스크린

김홍택의 골프 시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그 전에는 야구를 했던 아버지 때문에 야구를 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고 태권도로 바꿔 3단을 땄지만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찾아간 골프연습장. "사실 제가 좀 소심한 성격이어서 하기 싫어도 싫다고 못 했다. 게다가 볼도 잘 안 맞았고…"라고 떠올린 김홍택은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청소년연맹 대회에서 우승을 한 번 했는데 '골프 맛'을 좀 알겠더라. 그때부터 골프선수를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필드는 비쌌고 레슨비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스크린골프. 이어 "필드 한 번 나갈 돈이면 스크린골프 10번은 친다. 여름과 겨울에는 날씨 걱정하지 않고 하루 종일 플레이해도 크게 부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회도 출전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GLT에 출전했지만 '프로가 나왔다'며 밀려났다. 그리고 2012년 프로골퍼들이 참가하는 G투어가 생기면서 '연습도 하고, 대회도 하고, 상금도 받자'는 생각으로 출전했다. 그런데 대박이다. '스크린골프 출신'답게 수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스크린 황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당시 KPGA 2부투어 선수들보다 많은 상금을 받기도 했다.

김홍택은 지난해 G투어와 KPGA 2부투어를 병행하며 2부투어에서 우승 1회를 하는 등 상금 순위 7위로 꿈에 그리던 KPGA투어에 진출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우승 기회. KPGA투어 동아회원권 부산오픈을 떠올린 김홍택은 "G투어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압박감에 무너졌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김홍택은 필드에서 챔피언조 경험은 처음이다. 하지만 수많은 카메라와 갤러리들 앞에서의 우승 경쟁은 G투어에서 수없이 경험했다. 익숙했다. "오히려 챔피언조 출발 전에는 긴장했는데 갤러리들을 보고 카메라가 있으니 긴장이 풀리더라"며 털털하게 웃었다. 이제는 KPGA투어 선배들이 '스크린을 어떻게 잘 치냐'며 물어볼 정도다. 이만하면 '스크린 전도사'가 다 됐다.

아버지 & 소심함

김홍택의 골프 인생에서 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김홍택이 처음 골프채를 잡을 당시 '싱글 골퍼'였던 아버지는 현재 1부투어 선수들을 가르치는 티칭 프로가 됐다. 아들 때문이다. 김홍택이 중학생 때 코치 말은 잘 듣고 아버지 말은 잘 듣지 않자 아버지는 '내가 먼저 프로 자격증을 따면 내 말도 잘 듣겠지'하는 마음에 티칭 프로를 따냈다. 이후 클럽 피팅 자격증에 이어 헬스 트레이닝 자격증까지 따내는 열정을 보였다.

김홍택은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스윙 분석부터 체력 단련까지 모두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게다가 아직도 골프 클럽 피팅은 아버지가 봐주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백을 멘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함께 맛봤다. 김홍택은 "아버지는 나를 너무 잘 아신다. 내가 필드에서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포인트를 알려주셔서 나는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김홍택이 장타자가 된 데에는 아버지가 한몫했다. 야구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300m를 훌쩍 넘기는 장타자. 당연히 김홍택은 '300m'가 기준이었다. 그리고 '장타 특훈'을 위해 아버지는 김홍택에게 4㎏이 넘는 '쇠파이프 골프클럽'을 직접 만들어 주기도 했다.

김홍택은 "'감각파'가 아니라 철저한 '연습파'다. 나는 골프 감각은 정말 없는 것 같다. 다른 선수처럼 연습을 2~3일 쉬었더니 다시 초보가 된 듯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하루 이상 연습을 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상이 단조롭다. 술도 못하니 아침부터 연습을 하고 자기 전에는 팔굽혀펴기를 70개씩 세 차례 해 지쳐서 잔다"고 덧붙이며 웃어 보였다. 김홍택은 "여전히 난 스크린골프 맨이다. 지금도 주요 연습 장소는 스크린골프이고, 대회가 있다면 스크린골프의 해당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며 공략법을 찾는다"고 말한 뒤 "당연히 G투어도 시간만 되면 나갈 생각이다. 그곳이 내 고향이니까"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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