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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롯데 신스틸러로 등장한 황진수 “좋은 기운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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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황진이~황진이~황진이~”

롯데 자이언츠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은 다시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 되고 있다. 롯데의 성적이 좋으면서 다양한 응원가가 흥겹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수 박상철이 부른 황진이가 흘러나오는 빈도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흥겨운 이 노래는 내야수 황진수(28)의 응원가다. 황진수의 응원가가 황진이가 된 이유는 단순했다. 이름이 비슷해서. 17일 사직 SK와이번스전에 앞서 MK스포츠와 만난 황진수는 “(손)승락이형하고 (윤)길현이형이 나를 보고 ‘어절시구’하면서 황진이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는 ‘뭐지’했는데, 듣다 보니 재미있어서 응원가로 쓰게 됐다”면서 웃었다.

황진수는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동한(29) 신본기(28)와 더불어 롯데의 핫코너를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경기 중반에는 1루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사실 황진수가 롯데의 3루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이는 거의 없다. 17일까지 54경기를 출전하고 있는 올 시즌을 제외하고 황진수의 1군 출장은 고작 10년 동안 48경기였다. 황진수는 “3명이 각기 장점이 있다. (김)동한이는 타격이 좋고, (신)본기는 수비가 좋다. 나는 애매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매일경제

17일 사직 SK전에서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홈런을 때린 롯데 황진수. 그는 "타석에 들어설 때보다 호수비를 했을 때 응원가인 황진이를 들었을 때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10년 만에 이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사연이 많은 선수다. 공주고 시절이던 2007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45순위로 롯데에 지명을 받았지만, 입단은 2008년에 했다. 황진수는 “지명을 받고, 무릎 부상 때문에 수술을 받아서 1년 유급을 했다. 손아섭과 함께 지명을 받고, 입단은 박시영과 함께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입단은 2008년이지만, 1군 데뷔는 이로부터 4년이 걸렸다. 2군을 전전하다가 공익근무로 병역을 해결한 뒤인 2012년이었다. 그나마 양승호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2012년이 많은 기회를 받은 시즌이었다. 그해 황진수는 28경기에서 2안타를 때렸다. 그게 올 시즌 전까지 1군에서 기록했던 유일하게 남아있던 안타기록이었다. 잔부상이 많았던 그에게 1군 무대는 버겁기만 했다. 하지만 10년차인 올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필라테스를 통해 유연성을 기르는 데 집중했고, 마침내 꽃을 피웠다. 그는 “매일 1시간씩 필라테스를 하니 통증이 사라졌다”며 웃었다. 필라테스를 통해 평생의 인연도 만났다. 황진수는 소개로 만난 미모의 필라테스 강사와 올 연말 결혼을 앞두고 있다. 황진수는 “올해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스위치히터에 내야 포지션을 두루 맡을 수 있는 황진수는 자신의 별명이 돼버린 황진이처럼 다양한 재주를 가진 재주꾼이었다. 특히 이날 황진수는 프로데뷔 10년 만에 첫 아치를 그렸다. 3-0인 4회말 SK선발 문승원으로부터 중월 스리런을 터트렸다. 이날 롯데의 9-5 승리에 황진수의 3점포가 큰 지분을 차지했다. 경기 후 만난 황진수는 “사실 넘어갈지도 몰랐다. 기분은 얼떨떨하다. 집에서 가서 계속 하이라이트를 돌려볼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활약상에 대해 “목표는 없다. 하루하루가 베스트로 팀에 누만 안 끼친다는 생각이다”라며 “내가 팀에 보탬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누구라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면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진수는 “선배들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신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고, 팀을 위해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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