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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히딩크 쓰나미'에… 머리 싸맨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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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前 대표팀 감독 "기여하고 싶다" 밝히자 국내서 너도나도 "히딩크"

축구협 "신태용 감독과 협의… 조언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 사실상 감독 교체 없다는 방침

팬들은 "경기력 최악인 상황서 구체적 비전도 안 내놔" 비난

너도나도 '히딩크' 이름을 부른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국민 영웅'에 등극했던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전 대표팀 감독이 15년이 지난 지금 '신드롬'이 되어 다시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히딩크 전 감독이 14일 네덜란드 현지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인터넷 세상은 하루가 지난 15일까지 히딩크란 이름으로 도배됐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뉴스와 댓글 순위도 히딩크 관련 소식이 점령했다. 그동안 '응답하라 히딩크'를 외쳤던 팬들이 '히딩크의 응답'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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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달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한국과 러시아의 평가전에 관심이 쏠린다. 히딩크는 이날 경기 현장을 찾아 신태용 대표팀 감독과 만날 예정이다. 히딩크재단이 한국과 러시아의 평가전 성사에 가교 역할을 한 터라 히딩크의 등장은 이상할 것이 없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신 감독과 협의해 조언을 구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히딩크로 감독 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축구협회의 방침에 팬들은 들끓고 있다. 히딩크 관련 기사에는 어김없이 협회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최근 대표팀이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데 협회는 마땅한 개혁 방안이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히딩크 카드'가 큰 고민 없이 버려졌다는 소식에 팬들의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히딩크측 문자 받은 김호곤 - 지난 6월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당시 부회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대한축구협회


협회가 과연 히딩크를 외면했느냐를 두고 '진실 공방'도 벌어진다. 히딩크 측 관계자는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지난 6월 '히딩크가 한국 감독직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처음엔 "연락받은 적이 없다. 불쾌하다"며 부인했다가 뒤늦게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이 "나중에 다시 찾아 확인했다"며 공개한 메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본선 감독은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해서요~ㅎ" 김 위원장은 "이렇게 예의와 절차도 무시한 메시지 한 통을 보내 놓고 대표팀 감독을 제안했다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문제는 러시아월드컵 본선이 불과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최종 예선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본선에 임해야 할 대표팀으로선 지금이 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 타임'이지만, 소모적인 '진실 공방' 등으로 시간만 낭비하는 모양새가 됐다. 활발하게 선수 점검에 나서야 할 신태용 감독은 현 상황이 부담스러운 듯 외부 연락을 차단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히딩크가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에 대한 축구계의 자성론도 나온다. 협회를 포함한 한국 축구가 팬들의 신뢰를 잃은 업보라는 것이다. 사실 히딩크의 최근 경력은 '명장'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유로 2008 당시 러시아를 이끌고 4강에 올라 지도자 인생에 정점을 찍은 히딩크는 2010 남아공월드컵 때 러시아, 유로 2012 때 터키, 유로 2016 때 모국 네덜란드를 맡았지만 모두 팀의 본선 진출을 이끌지 못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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