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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LG, 투수만 믿다가 '유광점퍼' 못 입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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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방어율 4.17로 1위인데… 가을야구 막차 티켓 확보도 불투명]

최근 10년간 평균자책점 1위팀, 포스트시즌 진출 못한 팀 없어

LG, 8월이후 팀 타율·득점 꼴찌… 홈런 30위 안에 드는 타자 全無

'야구는 투수놀음', '투수는 팀 전력의 70%', '홈런은 관중을 부르고, 투수는 승리를 부른다'. 야구에서 투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올 시즌 LG를 보면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LG는 15일까지 팀 평균자책점(방어율) 4.17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팀 평균자책점 2~5위인 두산(4.49), NC, 롯데(이상 4.62), KIA(4.85)는 포스트 시즌 안정권에 들었는데 1위인 LG는 정규시즌 14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가을야구 막차 티켓인 5위 확보도 불투명하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평균자책점 1위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1995년 해태(현 KIA)밖에 없다. 최근 10년간 KBO리그 순위표만 봐도 평균자책점 1위 팀은 최소 3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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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성적이 저조할 때도 충성도만큼은 리그 정상급인 LG 팬들은 이러다 꺼냈던 '유광점퍼'를 옷장에 다시 넣어야 할까 봐 조바심을 낸다. 'LG 팬 영혼의 친구'로 불리는 유광점퍼는 겉면에 에나멜 코팅 처리를 해서 반짝이게 한 유니폼으로, 쌀쌀한 날씨에만 입을 수 있어 LG 가을 야구의 상징 같은 물건이다. 팬들은 "한때 하위권 동맹이었던 KIA와 롯데도 저렇게 잘나가는데, 우리라고 못 갈 이유가 있느냐"며 전의를 불태운다.

탄탄한 마운드를 갖춘 LG가 팬들 기대와 달리 5위 싸움조차 버거워하는 이유는 솜방망이 때문이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낸다. LG 팀 타율은 0.282로 전체 7위, 득점은 9위(629점)다. 홈런은 전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93개)로 꼴찌를 달린다. 잠실구장이 넓어 홈런이 쉽진 않지만, 같은 곳을 홈으로 쓰는 두산은 팀 홈런이 2위(159개)다. 문제는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물 타선'이 더 심각해진다는 데 있다. 8월 이후만 보면 LG는 팀 타율, 홈런, 득점 모두 꼴찌다.

올해 규정 타석을 채운 LG 타자 가운데 3할이 넘는 선수는 38세 최고참 박용택(0.348)이 유일하다. 팀 내 타율 2위는 양석환으로 0.264에 불과하다. 2002년 입단한 박용택 이후 15년간 제대로 키워낸 정상급 타자가 없을 정도로 LG가 타자 육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홈런 상위 30위 안에 LG 타자는 한 명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타자도 없다. 제임스 로니(33·미국)가 지난달 말 감독의 2군행 통보에 불만을 품고 한국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시즌 막바지 대체 외국인을 찾기도 어려워 LG는 10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해도 계속된 KBO리그의 타고투저(打高投低) 흐름 속에 LG는 '나 홀로 투고타저(投高打低)' 행진으로 5위 티켓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LG가 가을 야구를 하려면 남은 경기에서 못하는 걸 억지로 잘하려고 하기보다 잘하는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갑자기 타격을 끌어올릴 방법은 없다. 선발 허프와 차우찬, 구원 이동현 등 우수한 투수진을 잘 활용하고, 수비 실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했다.

LG는 15일 수원 KT전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4대5로 지며 5위 SK와 격차가 1.5경기로 벌어졌다. LG는 전날(11대12 패)에 이어 이틀 연속 최하위 KT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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