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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무명에서 여왕으로' 시드 못받은 스티븐스, US오픈 깜짝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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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시드도 받지 못하고 출전한 세계랭킹 83위의 무명 슬론 스티븐스(83위·미국)가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스티븐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040만 달러·약 571억원) 여자단식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16위·미국)를 2-0(6-3 6-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스티븐스는 이로써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도 370만 달러(약 41억9000만원)나 받았다. 이 대회 전까지 총상금 31만546달러의 10배가 넘는 돈을 이번 우승으로 한꺼번에 벌어들였다.

스티븐스는 세계랭킹 83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상위권 선수들이 대회 초반에 맞붙지 않도록 1번부터 32번까지 부여하는 시드도 배정받지 못했다.

시드 없이 출전한 선수가 US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두 번째다. 첫 번째 선수는 2009년 킴 클라이터스(벨기에)였다.

클라이터스는 출산으로 공백기를 가진 뒤 코트에 복귀한 상태여서 시드는 커녕 세계랭킹 조차 없었다. 하지만 클라이터스의 경우는 그전에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를 정도로 이미 기량이 검증된 선수였다.

83위의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우승은 1975년 세계 랭킹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낮은 순위의 우승이다. 1977년 호주오픈 이본 굴라공(호주), 2009년 US오픈 클레이스터르스가 세계 랭킹 없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78년에는 크리스 오닐(호주)이 세계 랭킹 111위로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다.

또한 스티븐스는 윌리엄스 자매를 제외하고는 2002년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제니퍼 캐프리아티 이후 15년 만에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미국 선수가 됐다. US오픈만 놓고보면 1998년 린지 대븐포트 이후 19년 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븐포트는 스티븐스와 결승에서 맞붙은 키스의 코치이기도 하다.

사실 스티븐스는 실력이 없는 선수는 아니다. 당시 20살이었던 2013년 호주오픈 8강전에서 ‘최강’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꺾고 4강에 오르는 등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았다.

윌리엄스 자매와 같은 흑인이면서 강력한 파워가 돋보였다. ‘제2의 윌리엄스’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해 윔블던에도 8강까지 오르면서 세계랭킹 11위까지 도약했다.

하지만 이후 더 높이 올라가지 못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대회 8강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잠깐 반짝했지만 이후 평범한 선수로 낙인찍혀 팬들에게 점점 잊혀져갔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스티븐스를 괴롭혔다. 불과 한 달여전만 해도 스티븐스의 세계랭킹은 957위였다.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친 뒤 왼쪽 발 피로골절로 인해 올해 1월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의 10개월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보니 랭킹이 급추락했다.

기나긴 재활을 거쳐 윔블던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두 번째 대회인 WTA 투어 시티오픈에서도 1회전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 투어 대회에서 잇따라 4강까지 오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세계랭킹도 80위권으로 끌어올리면서 US오픈 출전권을 따냈고 이번에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우승으로 스티븐스의 세계랭킹은 83위에서 20위권으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스티븐스는 오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개막하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에 출전해 국내팬들과도 직접 인사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우승 후속 일정 때문에 대회 출전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티븐스는 우승을 차지한 뒤 “부상에서 돌아와 5~6주 만에 정상의 자리에 서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제 은퇴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주니어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결승 상대 키스에 대해 “테니스에서 무승부라는 제도가 있었다면 오늘은 꼭 비기고 싶었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날 결승에서 범실로 무너진 키스는 “오늘 나의 경기력에는 실망했지만 그래도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내가 패한 상대가 스티븐스라는 점이 다행”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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