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만장일치 MVP' 스테픈 커리
이래서 최고의 3점 슈터됐다
"지더라도 실패는 없다고 생각 다음 플레이 이어가는게 비결"
같은 등번호 30번 'NBA 3父子'
"아버지 NBA 경기 보며 자라 동생과 함께 같은 경기 뛰기도"
美 스포츠 스타 중 최고 연봉
'스테픈'名 제대로 안 부르자… 나이키측과 재계약 안 해
이후 언더아머와 파트너십 가장 많이 돈 받는 선수돼
이래서 최고의 3점 슈터됐다
"지더라도 실패는 없다고 생각 다음 플레이 이어가는게 비결"
같은 등번호 30번 'NBA 3父子'
"아버지 NBA 경기 보며 자라 동생과 함께 같은 경기 뛰기도"
美 스포츠 스타 중 최고 연봉
'스테픈'名 제대로 안 부르자… 나이키측과 재계약 안 해
이후 언더아머와 파트너십 가장 많이 돈 받는 선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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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고객 추첨 이벤트로 열린 팬미팅 티켓 한 장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0만원을 호가했다. 커리를 직접 볼 기회를 얻은 팬들은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새벽부터 줄을 섰다. / 언더아머 코리아 |
NBA(미국 프로농구) 림에서 3점슛 라인까지 거리는 7m24㎝다. 평균 신장 2m 선수들 사이에서 키 192㎝, 몸무게 86㎏로 '왜소한' 체격의 이 선수는 7m24㎝ 바깥에서 슛을 던졌다. 그리고 2015~16 정규 시즌 MVP를 뽑는 131명의 투표인단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선수에게 1위 표를 던졌다.
농구 3점슛에 관한 모든 기록을 새로 써내려가는 역대 NBA 최고 3점 슈터인 스테픈 커리(29·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다. 만장일치 MVP는 시상을 시작한 1955~56 시즌 이후 최초다. MVP 자리에 5번이나 올랐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이루지 못한 일이었다. 커리는 조던 같은 폭발적인 운동 능력이나 샤킬 오닐(216㎝, 147㎏)처럼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정교한 3점슛을 자랑한다. 그의 3점슛 성공률(43.8%)은 NBA 3점슛 평균 성공률(2016~17 시즌 35.8%)보다 훨씬 높다. 3점슛 라인 몇 발짝 뒤에서 슛을 던진 뒤 골을 확인하지 않고 등을 돌리는 그의 모습에 팬들은 환호한다. 스폰서 회사 행사차 2박3일간 한국을 찾은 커리를 지난달 28일 만났다.
NBA 최초 만장일치 MVP
NBA 3점슛 라인은 FIBA(국제농구연맹) 국제 규격(6.75m)보다 50㎝가량 멀다. 커리는 종종 라인에서 한두 발짝 떨어진 곳에서 슛을 던진다. 림에 가까울수록 성공률이 높은 농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시도지만 커리는 예외다. 평소엔 코트 중앙에서도 슛 연습을 한다. 그렇게 세운 기록이 단일 시즌 최다 3점슛 성공(402개), 한 경기 최다 3점슛 성공(13개), 연속 경기 3점슛 성공 역대 1위(157경기)다. 커리의 상징과도 같은 3점슛 비결을 물었다.
"3점슛을 포함해 제가 이뤄낸 모든 것은, 가능성에 대한 믿음 덕분입니다. 지금까지 뭘 이뤘는지를 잊고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해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3점슛과 농구도 마찬가지예요. 슛도 안 들어가고 경기를 지더라도 실패는 없다(never lose)고 생각하고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게 핵심입니다."
2009년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NBA 무대에 진출해, NBA 파이널 챔피언 2회, 정규 시즌 MVP 2회를 차지한 선수가 왜 실패 이야기를 먼저 꺼냈을까. 커리는 NBA 선수였던 아버지(델 커리) 모교인 농구 명문 버지니아공대에 가길 원했지만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슛 외에 특출한 기량이 없었던 커리는 무명의 노스캐롤라이나주 데이비슨대에 진학했다.
데이비슨대 농구팀은 1969년 이후 NCAA(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약체였지만 커리가 합류한 뒤 토너먼트 8강까지 올랐다. 커리는 3학년을 마친 뒤 프로에 진출했지만 2010년 오른쪽 발목을 다쳐 2년 정도 제대로 뛰지 못했다. 데뷔 시즌 평균 득점 17.5점, 어시스트 5.9개의 성적으로 마친 신인에게 '인저리 프론(injury prone·단골 부상 선수)' 또는 '유리 발목' 꼬리표가 붙었다. 부상 이야기를 꺼내자 커리의 얼굴이 굳었다. "두 차례 발목 수술로 2년 반 정도 쉰 뒤 코트에 돌아왔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었습니다. 기회가 다시 왔을 때 제가 가진 것을 보여줘야 했지요. 재활 기간 동안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저를 응원해주는 가족과 기다려주는 저희 팀이었습니다."
등 번호 30번 NBA 삼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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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의 방한 일정을 함께한 아내 아예샤 커리. 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둘은 2011년 결혼해 두 딸을 뒀다. / 스테픈 커리 인스타그램 |
커리의 아버지는 NBA 선수 델 커리(Wardell Stephen Curry)다. 커리 부자는 아버지는 '델', 아들은 '스테픈'이라는 이름을 쓴다. 델 커리 역시 NBA에서 16시즌 동안 통산 3점슛 성공률 40.2%를 기록했다. 부자(父子) 모두 정확한 슛이 주 무기라 한국 팬들은 커리에게 '슛수저'라는 별명을 붙였다. 동생 세스 커리(27·댈러스 매버릭스)도 현역 NBA 선수다. 두 아들 모두 아버지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 번호 30번을 달고 뛴다.
"어릴 적부터 항상 상상하고 꿈꿔왔던 일입니다. 동생이 속한 팀과 처음 경기를 할 때 동생이 코트 반대편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좋았습니다. 1년에 단 450명이 NBA에 들어올 수 있는데 두 형제가 함께 뛸 수 있는 건 매우 특별하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 경기를 함께 보며 자란 동생과 서로 다른 팀 선수로 만나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특별한 경험이죠."
커리의 이번 방한에는 아내와 동생 세스 커리도 함께했다. 기자회견에 따라와 마이크를 뺏는 딸 라일리(5)는 아빠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가족은 저의 전부입니다. 코트에서 하는 모든 일은 가족이 없다면 불가능해요.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50득점을 올리든 한 점도 못 넣든 집에 돌아가면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하죠. 경기는 짧고 나의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일이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 시간이 모든 걸 걸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 동기를 만들어 줍니다."
커리는 지난 2012~13 시즌부터 3점슛을 하나 넣을 때마다 아프리카에 말라리아 예방 모기장 3개를 기부하고 있다. 매 시즌 1000개 가까운 모기장이 전달된다. 이 밖에도 난치병 환자를 직접 찾고 돕는 사회 공헌 사업도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저는 축복받은 가정에서 살고 있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농구뿐 아니라 제가 가진 것을 최대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고, 농구 선수로 성장하면서 이러한 기회를 가능하면 활용하려고 합니다. 모기장 기부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4년 전엔 난민 캠프를 방문했었는데 그런 경험을 통해 삶에서 뭘 추구해야 하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마이클 조던 능가하는 美 최고 연봉
영어권에서 보통 '스티븐'이라고 읽는 그의 이름(Stephen)을 그는 어려서부터 불려온 '스테픈'으로 읽어달라고 한다. 나이키와의 스폰서 계약도 이름을 잘못 읽은 관계자 때문에 어긋났다. 그는 현재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커리는 지난 1일 워리어스와 5년 2억100만달러(약 2300억원) 연장 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4020만달러(약 460억원)로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가 갖고 있던 최고 연봉 기록(3300만달러)을 넘어 현재 미국 스포츠 선수 중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NBA 수퍼스타는 한국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국내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며 "마지막까지 슛을 성공시키라"며 응원했다. 한국에 처음 온 커리는 "인기가 조금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열정적인 팬들을 만났다"며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NBA를 넘어 미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에게 다음 목표에 대해 물었다. "현재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도전을 멈추지 않고 더 어려운 경쟁을 최대한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죠. 가장 많은 노력을 한 선수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안의 암살자(Baby Faced Assassin)'란 별명이 실감 났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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