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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쿠드롱② “10년 내 韓선수들 세계 상위랭킹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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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쿠드롱(49·세계 랭킹 4위)은 딕 야스퍼스(네덜란드·2위), 다니엘 산체스(스페인·1위),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6위)과 함께 세계 3쿠션당구 ‘4대 천왕’으로 불린다. 정확하고 빠른 공격으로 ‘머신 건’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를 MK빌리어드뉴스 기자가 만났다. 서울 강남 김치빌리어드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쿠드롱은 2시간 넘게 ‘4대 천왕’얘기와 자신의 당구철학, 한국당구의 미래 등에 대해 털어놨다. 그의 솔직담백한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1회에서 계속>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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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 10년 내 세계 랭킹 상위 점령할 것

어쩌면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의 당구 문화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 당구 문화에서 고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데, 심지어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10년 내로 세계 랭킹 상위에 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선수들이 포진할 것이고 동시에 유럽 선수들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 사랑받는 유럽 당구선수가 유럽 당구의 몰락을 내다보고 있다는 점은 국내외 당구인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쿠드롱은 “약 40년 전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당구를 즐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많은 당구장이 문을 닫았고 인구 1100만인 벨기에 정부 집계에 따르면 벨기에의 당구 선수는 250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벨기에에는 3쿠션보다 보크라인 선수가 많다. 거기에 유럽 인기 종목인 스누커, 잉글리시 빌리어드 등을 제하면 벨기에의 3쿠션 선수는 1000명에 미치지 못한다. 그에 따르면 벨기에도 근 20년간 15~25살의 어린 선수를 발굴하지 않았다고 한다.

쿠드롱은 “이것은 아주 큰 문제”라고 두 번 되풀이하고는 “벨기에에서 가장 어린 유망주가 35살인 지경”이라며 “나를 포함해서 에디 멕스, 롤랜드 포톰, 에디 레펀스 등이 30여년 현역으로 뛰어오곤 있지만 50줄에 가까워진 우리 넷이 은퇴하면 어떡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국 당구의 미래에 대해서는 “스폰서나 협찬 등 계약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가 한국이니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게 친한 한국 선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쿠드롱은 “친절하고 예의바른 김재근과 친해서 한국에 올 때마다 그의 클럽을 방문한다”며 “한국 선수들은 대체로 매너가 좋고 지더라도 승복할 줄 알기 때문에 두루 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슬럼프? 단 한 번도 없었고 오더라고 이겨낼 자신 있어”

쿠드롱에겐 긍정적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슬럼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평생 한 번도 없었다”고 잘라 답한 그는 “슬럼프가 오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슬럼프가 오더라도 티를 내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내가 슬럼프라는 것을 보여주면 상대가 힘을 얻을 게 분명하다”고 봤다. 그는 “오늘 내 성적이 저조하면 내일 더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번 이닝이 안 풀리니까 다음 이닝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매 이닝, 매 스트로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에게 한국의 당구 문화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한국 당구인들의 절제력에 놀랐다”며 “조용히, 끊임없이 연습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당구장은 거의 교실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당구 문화와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본인들도 조용한 편이나 감정표현이 격한데 한국인들은 감정도 잘 숨기고 집중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쿠드롱은 한국을 ‘당구 천국’이라고 했다. 한국에선 전국 어디를 가도 당구장이 쾌적하고 조용한데 벨기에는 소란스러운 문제는 둘째 치고 집중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 중 집중력에 관해 재미있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그는 “버스기사는 전방 주시 의무가 있어서 어떤 승객이 다가와서 말을 붙여도, 등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도로에서 눈을 떼면 안된다”면서 “당구 선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게임에 임할 때에는 나와 테이블이 전부”라는 그도 “경기할 때 거슬리는 선수가 2~3명 있긴 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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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쿠드롱의 우드 조인트 큐, 그리고 한국인 아내

쿠드롱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주변 당구인과 동호인들에게 ‘쿠드롱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봤다. 전문가답게 우드 조인트 큐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최근에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개인 큐를 보유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큐의 상대와 하대를 연결하는 나사의 재질에 따라서 큐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메탈 조인트 큐’는 고가 제품으로 꼽힌다.

‘우드 조인트 큐’는 조립 시 10바퀴 이상을 돌려야 해서 번거로운데다 습기에 민감한 나무 속성에 따라 계절별로 뻑뻑하거나 헐거워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인트의 나사가 금속 재질인 경우에는 이런 단점이 없고 파손 걱정도 한결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드롱이 우드 조인트 큐를 사용한다는 점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쿠드롱은 “나도 한때 메탈 조인트 큐를 썼고, 지금은 우드 조인트 큐를 쓰고 있는데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지 내가 선호해서 우드 조인트 큐를 쓰는 것이기 ??문에 어떤 점에서 더 좋다고 설명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매 게임을 노란 공으로 시작하는 것 역시도 그가 노란 공을 더 좋아해서다. 그는 연습 때마다 노란 공으로 시작하는 습관이 있다. 연습 때처럼 좋은 성적을 뽑아내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한국인 부인 제시카 쿠드롱의 내조에 대한 질문에는 “내 옆을 지켜주는 것 자체로 큰 힘이 된다”면서 “경기 때 조언은 일절 하지 않지만 이따금 ‘오늘도 머신건같이 쏘라’는 등의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준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말미에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항상 반갑게 대해줘 고맙다”면서 “셀카나 사인은 언제든 환영이다. 내 팬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MK빌리어드뉴스 박소현 기자]

◆프레드릭 쿠드롱 약력

-1968년 벨기에 출생

-8살에 처음으로 큐잡고 20세에 데뷔

-세계캐롬연맹(UMB)랭킹 4위(2017년 7월 현재)

-월드컵 당구대회 통산 17회 우승

-세계당구선수권 대회 2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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