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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fn★티비텔] ‘효리네 민박’, ‘신혼일기’와 또 다른 심심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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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생각보다 심심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소박했으며, 예기치 못한 나른함까지 있었다.

‘효리네 민박’이 첫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유는 바로 이효리의 제주도 일상이 공개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베일을 벗은 ‘효리네 민박’은 다른 의미로 기분 좋은 웃음을 안겼다.

지난 24일 첫 방송된 ‘효리네 민박’의 첫 장면은 스스럼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힌 이효리가 에메랄드빛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신이었다. 이 부분에서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효리의 소탈한 모습이 주된 줄거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전파를 탄 장면은 안재현과 구혜선 부부의 일상을 담아낸 tvN ‘신혼일기’와 비슷했다. 잔잔한 풍경을 배경으로 이상순과 이효리가 알콩달콩 깨를 쏟아내는 모습은 연예인으로서 이들을 잊게 했다. 다만, 베일에 가려진 이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보여주다 보니 어수선하다는 느낌은 들기는 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효리는 도시에서 느끼지 못 할 심심함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 심심함은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기도 했고,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이효리와 이상순의 모습이기도 했으며, 제멋대로의 삶을 즐기는 동물들의 움직임이기도 했다.

자연과 동물, 일상과 음식. ‘신혼일기’처럼 일명 ‘나영석 예능’이라고 불리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 비슷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신혼일기’와 다른 점은 ‘함께 어우러짐’에서 온다.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 혼자만 주인공인 게 아니라, 이상순과 더불어 반려동물, 아이유와 민박집 손님들까지 모두가 함께 있어야만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화면 속 이효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반려견과 반려묘를 돌보는 이효리, 남편 이상순과 함께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이효리, 여전히 장난기가 많이 이상순에게 귀여운 시비를 거는 이효리 등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이제 남은 숙제는, ‘민박’ 콘셉트인 만큼 중요한 주인공이기도 한 투숙객과 얼마나 잘 어우러질 수 있느냐다. 소박하면서도 심심한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이효리의 이상순의 집에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온다면 결과는 두 가지다. 잔잔한 평화에 금이 가 이효리네 집 특유의 분위기가 깨지거나, 아니면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 내거나 둘 중 하나다.

스태프로 고정 출연하는 아이유의 무드는 대부분의 대중들이 알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투숙객의 존재는 불특정 다수다. 결국 낯선 이들까지 수용해 조화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 ‘효리네 민박’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부디 효리네의 심심함을 깨지 않기를 바란다.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사진=JTBC ‘효리네 민박’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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