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열풍을 주도하는 한국 아이돌 팬들은 각 그룹의 멤버들을 두고 기묘한 신조어를 만들곤 한다. 어리지만 당찬 멤버에게는 '막내온탑(막내가 실세를 차지한 상황)'이라고 부르고, 팀 내 최연장자면서도 귀여운 멤버를 '맏내(맏이+막내)'라고 부르는 식이다.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태용 감독(47)과 20세 이하(U-20) 대표팀에도 그런 당찬 막내가 있다. 1999년생이지만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한 조영욱(18·고려대)이 바로 신태용호의 '막내온탑'이다.
신태용호가 조별리그 2경기에서 총 5골을 폭발시키는 동안 조영욱이 기록한 골은 0골. 원톱 스트라이커의 성적치고는 초라하다. 각각 2골씩을 터트린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19)와 백승호(20)에게 더욱 큰 관심이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조영욱의 헌신이 없었다면 조기 16강도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조영욱은 골만 없을 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조영욱은 한국이 넣은 2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첫 골 때는 이승우에게 공을 넘긴 뒤 상대 수비를 방해했고, 전반 종료 직전 두 번째 골이 된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아직 프로 무대 경험도 없고, 키도 178㎝로 스트라이커치고는 작은 조영욱의 무기는 '헌신'과 '배포'다. 조영욱은 이번 대표팀에서는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펼치며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바르셀로나 듀오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한 헌신이다.
그렇다고 조용한 조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조영욱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주눅 들기는커녕 "언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도 나선 심판한테 경고를 받아보겠냐"라면서 주위를 웃길 정도의 강심장이다.
이제는 조영욱이 숨겨뒀던 골 욕심을 드러낼 시점이 됐다. 신 감독이 3차전에서는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휴식을 부여한다고 밝힌 만큼 적극적으로 골 사냥에 나서야 한다. 조영욱은 앞서 기니와의 1차전에서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으로 골이 취소되며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형들과 같이 3차전을 쉬고 싶지 않냐는 우문에 "골을 넣고 싶다"는 현답으로 응수한 까닭이기도 하다.
마침 3차전 상대는 지난 3월 조영욱 자신이 "자꾸 한국에 도전하니 확인사살하고 싶은 팀"이라고 밝혔던 잉글랜드다. 조영욱은 "사실 골 세리머니도 하나 준비했다. '내가 조영욱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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