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잉글랜드전 앞둔 대표팀 분위기
“무리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16강전에 문제가 생긴다.”(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
“비겨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다.”(백승호)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를 앞둔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생각의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1, 2차전 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하면서 상승 기운을 탔다. 이런 상황에서 혈기 넘치는 20세 이하 선수들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마저 잡고 3연승으로 16강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16강전 이후까지 큰 그림을 그리는 신 감독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4일 현재 승점 6인 한국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승점 4)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A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 패하면 잉글랜드가 1위가 되고 한국은 2위로 16강에 간다. 조 1위가 되면 한국은 C, D, E조 3위 중 한 팀과 16강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에서는 6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네 팀도 16강에 오르는데, 16강에 진출하는 3위 네 팀의 조합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A조 1위 팀 상대가 정해진다. A조 2위는 C조 2위와 16강에서 만난다. 24일 현재 C, D조의 3위는 각각 포르투갈, 일본이다. C조 2위는 이란이다. C, D조는 팀당 2경기씩 치렀다.
신 감독은 “지금 조별리그 3연승 같은 기록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3연승을 하면 더 좋겠지만 못 해도 상관없다”며 “잉글랜드전 때는 이승우와 백승호를 쉬게 할까 생각 중이다.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줄 것이다”고 말했다.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1, 2차전에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다. 최상의 전력으로 잉글랜드전에 나서기보다는 주전들의 휴식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의도다. 신 감독은 “2년 전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때 우리가 조 1위를 해서 16강에서 다른 조 3위와 붙었는데도 패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생각이 좀 다르다. 주장 이상민은 “꼭 3연승을 하고 16강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백승호도 “선수들은 지금 다 3연승을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옆머리에 새긴 이니셜 ‘SW’를 통해 이미 생각을 밝혔다. SW는 이승우의 이름 이니셜이자 ‘6경기(Six) 연속 승리(Win)로 수원(Suwon)에 가자’라는 의미다. 조별리그 3연승에다 16강, 8강, 4강전을 내리 이기면 6연승이다. 수원에서 결승전이 열린다.
16강 이후까지 멀리 내다보며 실리를 고민하는 신 감독. 조별리그 3연승의 기록 달성을 꿈꾸는 선수들. 대표팀이 실리도 챙기면서 3연승을 달성하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FIFA 주관 대회 조별리그 3연승은 한국 남녀 축구를 통틀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기록이다.
한편 잠비아와 우루과이가 16강에 합류했다. 잠비아는 24일 C조 경기에서 이란에 0-2로 뒤지다 후반 9분부터 17분간 4골을 몰아쳐 4-2 역전승을 거두고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우루과이는 D조에서 일본을 2-0으로 완파하고 역시 2연승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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