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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정들마의 드라마 비틀어보기] 아버지가 이상해? 아들딸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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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5년째 공시를 준비하던 서른여섯 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생겼다며 여자친구와 인사를 온다. 겨우겨우 사건을 수습하고 결혼 준비를 하던 차에 아버지가 숨겨둔 아들이 있다며 집안에 장남을 덜컥 데려온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엔 큰 딸이다. 출퇴근이 힘들다며 대학 친구의 룸메이트로 나가 살겠다던 딸, 알고 보니 룸메이트가 남자친구다. 딸의 집에 들이닥친 어미는 샤워가운을 입고 있는 제 자식을 보자마자 경악하며 손으로 등짝을 후려친다. 다행히 우리 집 이야기는 아니다. KBS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 속 변한수씨(김영철) 댁 이야기다.

KBS 주말극이 늘 그렇듯, '아버지가 이상해'도 가족 간의 갈등, 사랑, 화해를 그린 드라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쳐 흘러 어쩔 줄 모르는 변한수 역을 맡은 김영철은 궁예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자상한 아버지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그의 큰 딸로 등장하는 이유리는 도도하고 당당하며 코믹하기까지 한 변호사 변혜영으로 제대로 변신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사이다같이 속 시원한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유리가 왜 주말극의 여왕인 지 쉬이 알 수 있다.

지난주 20회에선 이 둘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났다. 자라면서 한 번의 실망도 안겨준 적 없던 맏딸이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영철은 어찌할 수 없는 상실감에 극 중 처음으로 분노에 가까운 심정을 표출했다. 혼전임신의 장본인 큰 아들에 이어 동거 중인 큰 딸까지. 이쯤 되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자식들, 심지어 손주들까지 속을 썩이면서 부모 팔자가 사나워지는 그림은 주말극 혹은 일일극의 단골 소재다. 특히 국내 드라마 작가의 대모라고 불리는 김수현은 가족을 모티브로 한 극본을 쓰기로 유명하다. 그녀의 드라마를 보면 3대에 걸친 가족이 한 집에 모여사는 건 기본, 그에 따라 시시각각 사건이 터지고 해결은 온전히 가족 모두의 몫이자 책임이다. 결국은 사랑의 힘으로 해결되는 사건들을 보며 안방의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고 교훈도 얻는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인기가 많은 이유기도 하다.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정선 작가도 종전 히트작이었던 '오작교 형제들'을 쓴 유명 작가다. 단막극에 비해 등장인물도 많고 그만큼 갈등관계도 복잡한 주말극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한다. 이 드라마에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시청자는 이미 알고 있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있다. 특히 남매 지간으로 알고 있는 이준과 정소민의 로맨스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둘의 사랑이 김영철의 과거사와 어떻게 얽히고 풀릴지 흥미진진한 전개가 예상된다. 노련한 작가와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버지가 이상해' 덕에 오랜만에 주말극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들마(필명) / 밥처럼 드라마를 먹고 사는 'TV 덕후'다. 낮에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다. 그래서 약 20년째 주로 밤에 하는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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