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겨우 완주만 했다. 마스터즈 풀코스의 경우 5시간 이내 완주로 시간이 제한돼 있다. 지난 첫 풀코스를 4시간 2분에 완주를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4시간 44분으로 골라인을 밟았다. 무려 42분이나 기록이 떨어진 것이다. 대회 신청 당시 서브 4를 목표로 했지만, 지난 겨울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록이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날이 춥다며 연습은 미루고 지방을 축적하며 체중이 늘었다. 그럼에도 완주를 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국내 최고의 마라톤대회인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젊은 기자도 저 무수한 인파 속에서 달렸다. [사진=뉴시스] |
대회 당일로 시간을 돌려보면, 그날은 새벽부터 잠을 설쳤다. 최근 날이 풀리고 봄을 맞이하여 그런지 몸이 노곤노곤 해지며 피곤했다. 대회도 앞두고 있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중간에 자다 깨길 반복했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잠에서 덜 깬 기자와 달리 대회장은 활기가 넘쳤다. 기록 경신은 접고, 부상 없는 완주가 목표였기에 한 구석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난 기록이 나쁘지는 않았는지 B그룹에 속해 스타트를 끊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하게 연습을 하지 않아 그저 몸이 버텨주길 바라며 출발했다. 10km 구간에서는 초반 오버페이스에 주의하며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며 6분 페이스로 달렸다. 평소에도 10-15km는 무리 없이 달렸고, 대회 코스도 경사가 많지 않아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20km 지점까지 속도를 서서히 올리며 5분 30초 페이스를 유지했다. 몸도 풀려서 속도를 올리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혹시나 4시간을 깰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하프가 넘어가자 슬슬 무릎에 충격이 오고, 허벅지가 당겨오기 시작했다. 결국 25km 급수대 지점에서 멈춰 섰다. 물과 이온음료를 마시며 수분을 보충하고 스트레칭으로 다리를 풀어주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한 번 멈춰 서고,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였을까 계속 걷고 싶은 충동이 왔고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마라톤의 벽’이라 불리는 30km 이후 구간에서는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코스를 이어갔다. 8시부터 달리기 시작하여 시간은 정오를 향해가고 있었다. 따가워진 햇살로 인해 드러난 어깨는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35km 지점 이후 잠실대교를 건너 롯데월드타워를 지나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매 1km마다 있는 구간 표지판은 체감상 더욱 멀게 느껴졌다. 겨우 저 멀리 도착지점인 잠실종합운동장이 어렴풋이 보이자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달렸다. 마지막 스퍼트를 내는 의미도 있지만 빨리 가서 그만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듯싶다. 어찌어찌 피니시 라인을 들어오고 4시간 44분의 기록을 받아 들으며 두 번째 풀코스를 무사히(?)마쳤다. 아마 다음 풀코스를 뛰라면 가을 조선일보춘천마라톤이 될 듯싶은데 그때는 열심히 연습하고 열심히 달려 기록을 한껏 끌어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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