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 바둑의 한계를 무한 확장시킬 것”

딥젠고 개발한 가토 히데키

사람은 귀와 변에 치중하는 반면

AI는 전체 보고 효율 중시해 승산

상대 극복하며 바둑 계속 발전

가토 히데키

지난해 3월 ‘알파고’의 등장을 계기로 다양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들이 선보이는 가운데 이들의 기력 급성장세가 눈에 띈다. 후발주자 가운데 일본의 ‘딥젠고(DeepZenGo)’는 중국의 ‘줴이(絶藝)’와 함께 ‘알파고’의 뒤를 잇는 강력한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딥젠고는 지난 18~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UEC컵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줴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어 21일부터는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 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 AI 대표로 참가했다. 두 대회를 통해 딥젠고는 부족한 점도 많이 노출했지만, AI 바둑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21일 ‘월드바둑챔피언십’ 대국장을 찾은 가토 히데키(加藤英樹·64·사진) 딥젠고 개발자를 만나 AI 바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딥젠고는 얼마나 성장했나.



A : “지난해 조치훈 9단과 대국했을 때보다는 기력이 강해졌다(딥젠고는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 3번기에서 1승2패했다). 아직 만족할 정도의 기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예상했던 대로 프로그램이 운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Q : 제한시간에 따라 딥젠고의 기력이 차이나나.



A : “사람의 경우 속기보다 장고 바둑에서 기력이 크게 향상된다. AI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보다는 그 차이가 작다. 제한시간이 두 배로 길어지면 60% 정도 성능이 좋아진다. 따라서 사람과 대국할 때 AI 입장에서는 속기가 유리하다.”

Q : UEC컵에서 줴이에 밀려 2위를 했다. 둘의 차이가 뭔가.



A : “줴이와 딥젠고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먼저 줴이는 알파고 논문을 바탕으로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반면 딥젠고는 2009년부터 개발한 ‘젠’ 프로그램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두 프로그램은 훈련 방식이나 기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등에서 전반적으로 차이가 크다. 줴이는 그간 공개된 정보가 없었는데 이번에 대국해 보니 기력이 상당히 강했다.”

Q :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A : “오랫동안 후지쓰 연구소에서 AI 관련 일을 했다. 그런데 과로로 건강에 이상이 생겨 2001년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이 회복되고 2005년 도쿄공업대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선택한 논문 주제가 컴퓨터 바둑이었다. 기력은 초단 정도지만 바둑을 좋아해 시작하게 됐 다.”

Q : 프로기사를 이기는 AI가 늘고 있다. 바둑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A : “AI는 원래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다. 바둑도 AI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AI가 등장한 뒤 초반을 보는 시야가 달라진 게 한 예다. 이전까지 사람은 귀와 변에 치중한 바둑을 뒀다. 하지만 AI는 반면 전체를 보고 효율을 중시한다. 이러한 시각 차이 때문에 아직은 사람이 AI를 이기기 어려운 것이다.”

Q : 그렇다면 다시 사람이 AI를 이기는 날이 올까.



A :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면 다시 사람이 AI를 이기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AI가 또다시 사람을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서로 상대를 극복하면서 바둑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 바둑에 한계는 없을까.



A : “바둑의 영역은 무한하다. AI는 바둑의 한계가 무한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사카=정아람 기자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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