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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중국 대표팀 비공개 훈련장 ‘큰 압박에도 두려움 없다’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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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오늘 밤 8시35분 창사서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

경향신문

중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21일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골대 뒤편 붉은색 장막에 극도의 압박감 속에서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의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이란 큼지막한 문구가 보인다. 창사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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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16일. 브라질의 ‘축구 성지’ 마라카냥 스타디움에 17만여명이 몰렸다.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맞붙는 1950년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후반 3분 브라질이 선취골을 넣었다. 그런데 브라질은 후반 21분 동점골에 이어 34분 역전골까지 내줬다. 1-2 역전패. 브라질 관중은 할 말을 잃었다. 당시 결승골을 넣은 알시데스 기지아는 “마라카냥에 모인 브라질 팬들의 입을 다물 수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교황과 프랭크 시내트라(미국 가수), 그리고 나 3명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도 원정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일 게다.

1997년 9월28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한국을 맞은 일본은 복수를 다짐했다. 4년 전 다 잡은 월드컵 티켓을 눈앞에서 놓친 ‘도하의 비극’ 때문이다. 일본은 와그너 로페즈까지 귀화시켰고 일본 언론도 두 골 차 승리를 예상했다. 모든 입장권이 매진됐고 경기장은 푸른 셔츠를 입은 5만여 일본 팬들로 물들여졌다.

일본은 후반 22분 선취골을 뽑았다. 그런데 일본은 후반 38분 동점골을 내줬다. 이기형의 크로스에 이은 최용수의 헤딩패스, 서정원의 헤딩슛. 일본은 후반 41분 또 실점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이민성의 통렬한 중거리포. 일본은 그렇게 패했다.

한국 축구가 중국에서도 크게 승리한 적이 있다. 2010년 11월1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16강전이었다. 6만명 관중이 “중궈, 지아여우(中國, 加油·중국 파이팅)”를 쉼 없이 외쳤다. 그러나 중국은 0-3으로 완패했다. ‘한 골이라도 넣으라’며 “진이거(進一個)”라고 외친 관중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 대표팀이 23일 오후 8시35분 중국 창사에서 중국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치른다.

허룽 경기장은 거의 모두 중국 팬들이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에 엄청난 야유와 저주를 퍼부을 게 뻔하다. 그러나 한국이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다. 손흥민(토트넘)만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할 뿐 지금 대표팀에는 기량이 아주 좋은 선수들이 많다. 중국이 창사에서 기록 중인 A매치 8경기 무패행진(4승4무)을 지금 한국이 깨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한국은 얼마의 중국 팬들이 몰리든 신경을 끊고 우리 플레이만 하면 된다. 중국 관중이 난리를 쳐도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사람은 22명뿐이다. 관중 중 누구도 공을 만질 수 없고, 휘슬을 불 수 없으며, 한국 선수들의 몸을 건드릴 수도 없다.

중국 대표팀은 일주일 동안 허룽 경기장 보조구장에서 비공개 훈련을 해왔다. 그곳 사방에 약 5m 높이의 장막을 쳤다. 안쪽에는 이런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 극도의 압박감 속에서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이 그만큼 한국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대표팀이여, 중국 관중 앞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강하다는 걸, 한국이 아시아 최강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자. 그리고 넋을 잃을 중국 관중에게 ‘살인 미소’ 한번 날려주고 폼나게 집으로 가자.

<창사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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