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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목포에 김일성경기장 생겼다? 윤덕여호, '소음 훈련'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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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1일 목포 국제축구센터 C구장에서 북한 응원 소리가 6개의 스피커로 울려퍼지는 가운데 훈련을 하고 있다. 목포 | 김현기기자



[목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우리 민족끼리 조국 통일~”
북한의 김일성경기장이 한국에도 생겼다. 여자축구대표팀이 합숙훈련하는 목포 국제축구센터 C구장(인조잔디)이 그곳이었다. 3월 21일 오후 3시 23분. C구장 앞에서 대기하던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뛰어드는 순간 4면에 고루 설치된 6개의 스피커에서 우렁찬 군악대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비행기 이륙할 때 소리와 맞먹는다는 120데시벨의 소음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취재진의 귀를 따갑게 했다. 소음은 곧이어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우리 민족끼리 조국 통일~” 구호로 연결됐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라운드에 쩌렁쩌렁 울렸다
이런 소음 속에서 훈련하는 이유가 있다. 내달 7일 김일성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018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 남·북대결을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의 껄끄러운 상대지만 이번 경기는 지금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평양 원정이란 점에서 더 부담스럽다.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다. 지난 1990년 남·북 통일축구 때 멤버로 한 차례 방북한 적이 있었던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체력 훈련과 잔디 적응 등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놓은 다음 평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통일축구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 특유의 시끄러운 응원을 생각했다.
윤 감독은 “지난 1월 남·북대결이 성사된 뒤부터 소음 대비 연습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예전 통일축구 경험을 떠올리면 그 때도 북한 특유의 응원에 심리적 위축을 받았다. 이번 훈련이 선수들에게 도움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경쾌하면서 박력있는 북한의 응원은 곧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북한 국가 등 노래로 연결됐다. 전날 테스트를 통해 소음 응원을 살짝 맛봤던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조금씩 적응하는 듯 워밍업 때부터 소리 치며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태극낭자들 “우리를 응원하는 소리로 알겠다”
음원을 만드는 과정에도 공을 들였다. 여자대표팀 비디오분석관이 유투브 등 각종 동영상을 샅샅이 찾아 제작했는데 지난 2011년 11월 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북한-일본 맞대결 함성 등 주요 경기에서의 응원 소리를 추출했다. 북한-일본전 땐 7만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북한 사람들이 북한 국기와 붉은색 깃발을 끊임없이 흔들며 소리쳤는데 그 효과 때문인 듯 북한은 예상 외로 일방적인 공세를 펼친 끝에 일본을 1-0으로 이겼다.

‘소음 훈련’을 하고 있는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공격수 전가을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훈련하는데 정신이 없더라”며 웃은 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꽹과리 소리 등 악기를 갖고 내는 소리가 불편하다. 우리를 응원하는 소리로 보고 최대한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조소현은 “시끄러워서 우리끼리 얘기하는 게 안 들린다”며 “평양에 가면 이거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여자대표팀은 오는 24일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에게 심리 교육을 받는 등 낯선 곳인 평양을 가는 것에 따른 심리적 두려움 해소 등에도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체력이 좋아 후반 중반에 강한 북한 여자축구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 금호고와 목포공고 등 수준급 남자고교팀과의 두 차례 연습 경기도 치를 계획이다. ‘윤덕여호’ 간판 스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는 오는 27일 혹은 28일 합류해서 힘을 보탠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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