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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김현기의 축구수첩]중국 원정에서 '더 잘했던' 한국 축구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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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동원(가운데)이 지난 2010년 11월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축구 16강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2004년 5월 1일 중국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 이날 경기장에선 2004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한·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국제적인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아 구경거리보듯 경기장을 찾은 창사 사람들은 후반 추가시간이 5분이나 되자 물병 등을 집어던지면서 야유를 쏟아냈다. 중국이 홈에서 0-2로 완패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김호곤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이끌던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중국 원정 승리와 함께 아테네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는데 결국 본부석 중국 관중의 박수까지 받았다. 한국 축구의 기개를 대륙에 떨친 순간이었다.

#2.2010년 11월 15일 중국 광저우 텐허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16강 한·중전도 기억에 남는다. 조별리그에서 북한에 지는 등 고전했던 한국은 16강에서 김정우 박주영 조영철의 릴레이 골이 터지며 3-0 완승을 거뒀다. 개최국 자존심을 걸고 경기장에 나섰던 중국 선수들은 한국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특히 공격수 박주영의 움직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3.2년 전인 8월 2일 중국 우한의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펼쳐진 동아시안컵 첫 경기 한·중전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축구대표팀을 맡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몸을 잔뜩 숙였다. “중국이 강력한 우승후보다”,“젊은 선수들 기량 확인이 중요하며 한국의 목표는 없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무더위 속 펼쳐진 90분 격전은 한국의 2-0 쾌승. ‘슈틸리케호’는 유럽과 중동에서 뛰는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제외된 채 한·중·일 3개국에서 뛰는 어린 선수 위주로 나섰는데 중국의 최정예 멤버를 상대로 흠잡을 곳 없는 승부를 펼쳐 우승 디딤돌을 놓았다. 2014년 10월 슈틸리케 감독 부임 뒤 최고의 경기로 아직까지 평가받고 있다.

‘공한증’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우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다. A매치 18승12무1패, 올림픽대표팀 맞대결 10승3무1패 등 각급 대표팀 레벨에서 한국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특징은 중국 원정에서 한국의 힘이 더 발휘됐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열린 A매치 맞대결 10경기에서 한국은 8승2무로 고공 비행 중이다. 수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은 오히려 태극전사들의 투지를 일깨우는 촉매가 됐다.

또 한번의 한·중전이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다. 이번 맞대결의 중요성은 많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국은 이 경기를 이길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가깝게 다가서면서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던 중국의 꿈을 사실상 물거품으로 만들게 된다. 중국 원정을 치르기까지 해외파 경기 감각 논란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젠 조금씩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어려울 때 중국 원정에서 더 힘을 냈던 게 한국 축구의 전통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23일에도 그 전통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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