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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제이민, 꼭 그런 날이 오기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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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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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민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아주 매혹적인 음색으로 모두를 숨죽이게 했다. 처연하지만 정도를 넘지 않고 담담하게,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가면을 벗었고 감춰둔 얼굴을 드러냈다. 감탄은 이내 탄성으로 바뀌었고 무대엔 “11년 차 가수 제이민”이라는 진행자의 울림이 그득했다. 지난 19일 ‘복면가왕’의 한 장면이며, 2007년 데뷔한 제이민(J-Min)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10.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했다. 과정이 궁금하다.
제이민 : 사실 전부터 재미있게 보고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가면을 쓴 채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목소리만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늘 ‘나도 한 번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어 출연하게 됐다.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즐거웠다. 실제로는 부끄럼을 타는 편인데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개인기라든지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웃음)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였다.

10. 떨리진 않던가. ‘복면가왕’에 출연한 다른 이들은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도 하던데.
제이민 : 처음엔 무척 떨렸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오히려 덜 떨었다. 떨리면서도 동시에 신났다. 오롯이 목소리만 듣고 ‘누굴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기뻤던 것 같다. 가면 안에서 충분히 몰입해 노래 부를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

10. 두 번째 라운드 때 부른 ‘봄날은 간다’는 직접 선곡한 건가.
제이민 : 김윤아 선배님을 좋아하고 특히 ‘봄날은 간다’는 애창곡이다. 예전엔 자주 불렀는데 요즘엔 노래방 갈 일이 없으니까.(웃음) 어떤 노래를 부를까 고민하던 중에 사실 강렬한 고음이 있는 노래를 할 수도 있어지만 당장 내가 부르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이 컸다.

10. 힐링되는 순간이었겠다. 신나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게다가 칭찬도 들었으니까.
제이민 : 많은 분들이 ‘이런 보컬이 있었느냐’고, ‘한국에 포크락을 이어가는 젊은 여성 싱어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아무래도 대중음악을 하니까 오롯이 스스로만 만족하는 음악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듣는 이들의 공감대도 형성해야 하니까 말이다. 두 가지 측몀ㄴ의 교집합을 늘려가면서 음악을 하고 있는데 점점 가까워져서, 궁긍적으로는 ‘제이민이 이런 노래를 하네’라는 이해와 관심을 주실 때 색이 진한 나만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

10. ‘복면가왕’ 이후 바로 신곡도 냈다. 발라드곡 ‘얼라이브(Alive)’.
제이민 : ‘얼라이브’는 사실 3년 전부터 준비해둔 곡이었다. 발매 시점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에 지금이 적절한 것 같아서 내놨다. 발라드인데 리듬도 없고 악기 편성도 최소화된 곡이다. 피아노, 스트링, 그리고 목소리 이 세 가지가 전부인 곡이다. 3년 전엔 ‘리스너들이 듣기 힘들어할 노래’라고 분석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이 여유를 바라는 느낌이 들었다. 햇살 가득한 따스한 봄날, 기분은 참 좋은데 가슴 한구석 씁쓸함이 무심코 찾아올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들으면 좋을 노래이다.

10. 이 노래를 처음 녹음하던 당시에도 같은 마음이었나.
제이민 : 당시에도 마음이 촉촉한 상태로 녹음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수용되고 많은 걸 느꼈다.

10. 뮤지컬 이야기를 좀 해보자. ‘꽃보다 남자 The Musical'(이하 꽃보다 남자)의 츠쿠시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제이민 : 정말 좋아했던 만화였다. 어렸을 때부터 울고 웃으며 봤던 작품인데 출연 제안을 받고 ‘그 ‘꽃보다 남자’요? 대박! 저요?’라고 했다.(웃음) 집에 가서 책장에 있는 책들을 다 꺼내 읽으며 들떴다.

10. 연습하면서도 그 설렘이 계속되던가.
제이민 : 실제로 소탈하고 털털한 면이 있다. 만화 속 인물과 분명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깊이 들어가니까 복잡하더라. 츠쿠시란 인물이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 같으면서도 소심하고 둔하고 또 허술하다. 굉장히 단순화 시키려고 노력했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도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면, 그 나이라면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점점 감정을 몰입해서 하니까 그 친구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에 충실한 말인 것 같더라.

10. 사실 전작들은 선배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동료 혹은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이들이다.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제이민 : 굉장히 큰 부담이었다. 전에는 선배들이 이끌어주시고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만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면, 이 작품은 츠쿠시로 시작해 츠쿠시로 끝날 만큼 양이 방대하다. 대사, 노래 연습이 끝나지 않더라. 츠쿠시란 인물이 앞에서 끌어야 극이 움직이고 생동감이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가능한 걸까’라는 생각을 하니 위축되더라. 그때 또래 배우들이라 편안하게 말할 수 있었다.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이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도 해주고, 쉽게 또 즐겁게 같이 만들어가는 기분으로 했다. 그 에너지가 극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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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민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0. 제이민의 츠쿠시는 어떻게 다를까.
제이민 : 아직 만들어가고 도전해보는 중이다. 최대한 감정을 백퍼센트(100%) 느끼고 흘러 넘치게 하려고 한다. 슬프면 그냥 슬프게, 또 기쁘면 마냥 또 기쁘게 말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흘러넘치도록 하는 것이 츠쿠시라고 해석했다.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순수한 마음, 열정을 보여주려고 한다.

10. 츠카사 3인의 다른 매력은?
제이민 : 김지휘는 연습 때부터 같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우리 작품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경험도 많기 때문에 해답을 줄 수 있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했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그림이 있으면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연구했다. 이창섭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츠카사다. 뮤지컬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잘 끌고 가더라. 흐름도 잘 잡고, 덕분에 교감하면서 잘하고 있다. 만화 원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는 배우다. 켄은 평소에도 형과 누나를 잘 따르며 사랑스러운 막내다. 또 엄청 꼼꼼하고 성실하다. 해외 일정을 마치고 바로 공연장에 와서 모니터를 하더라.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게 보여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온다.

10.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 대화를 통해 만들어 가면서 공연의 진정한 재미를 알았겠다.
제이민 :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다.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시간들이 있어서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한층 더 성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0. 노래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아주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꿨나.
제이민 : 중학생 때 우연히 기타를 잡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었는데, 춤 대신 기타를 택한 거다.(웃음) 혼자 집에서 팝(POP) 악보가 수록된 두꺼운 책을 펴놓고 코드부터 연습했다.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노래 한 곡을 완성했다. 점점 재미있더라. 엄마가 “그 노래가 뭔지 아니?”라고 물을 정도로 오래된 팝송이었는데 괜히 좋았다. 그 감성이 마음에 와 닿았다.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 같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여성들의 감성이 녹아있는 노래가 좋았다. 그렇게 시작된 것 같다. 이후 친구가 미셸 브랜치(Michelle Branch)의 ‘아 유 해피 나우(Are you happy now)’를 듣고 ‘이거다!’ 싶었다.(웃음) 이런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10. 그렇게 기타를 든 소녀는 일본에서 먼저 데뷔를 했다.
제이민 : 컨트리 음악이 좋았고, 우연히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일본 측 기획사 관계자가 데뷔를 제안했다. 2007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를 하게 됐다.

10. 쉬운 길도, 선택도 아니었을 거다.
제이민 : 어리기도 했고 딱히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하는 것이 비주류 음악인가, 또 회사에서 나는 아웃사이더인가라는 여러 감정이 들었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적 다양성을 담당하고 있다는 책임감도 있다.(웃음) 결국 한가지 음악만을 한다는 게 아니라 회사 측과도 조율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더 넓게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 좋아하는 장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어릴 때 결정한 길을 지금까지 걷고 있지 않나.
제이민 :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는 입사할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를 떠올려봤다. 지금 활동 중인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두 다른 가치관을 갖고 시작했을 거다. 출발점부터 달랐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래에 심취하고 듣는 이들도 행복하고 부르는 사람도 행복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타고난 감성을 일찍 알았던 것 같다. 뮤지컬 역시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데, 노래에서만큼은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는 소신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는 걸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비교적 자신 없는 부분은 더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할 것이고.

10.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에 자연스럽게 뮤지컬을 만났다. 어떻게 보면 환기가 됐겠다.
제이민 : 스스로에 대한 색깔을 확실히 하지 않았다면, 혹은 묻어두고 흘러갔다면 어쩌면 지금은 걸그룹에 소속돼 있을지도 모른다. 떠올려보면서 회의감이 든 적도 있었지만, 선택에는 반드시 뜻이 있고 또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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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민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0. 제이민이 추구하는 음악은 뭘까.
제이민 : 사실 내 음악의 색깔을 말씀드릴 수 있을 만한 결과물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독특한 실험이나 특별한 걸 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좀 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보이는 것이 많은 상황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처음의 마음을 굽히지 않고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10.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 가수인 엄마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제이민 : 엄마는 노래를 굉장히 아름답게 부른다. 은쟁반에 옥구슬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음악은 자고로 그런 것 같다. 여러 형태가 있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움, 또 울림이 있어야 한다. 그걸 일깨워주신 분이 엄마다. 녹음한 곡을 들려드리는데 좋지 않은 버릇을 짚어주기도 하시고.(웃음) 음악인으로 존중해주시면서 또 엄마로서 말할 땐 굉장한 독설가다.(웃음) 큰 힘이 되는 존재다.

10. 사실 ‘얼라이브’는 제이민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나지 않았다.
제이민 : ‘복면가왕’에서 포크락 장르로 정해주셔서 걱정이 되긴 했다. 그렇다고 늘 기타만 들고 나온다는 건 아니니까.(웃음) 흰밥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을 수 있는 김밥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듬성듬성 만 것처럼 보여도 재료의 맛이 살아있고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는 그 차이인 것 같다. ‘얼라이브’는 감성으로 밀고 나가는, 오히려 음악의 근본적인 토대만 갖고 있는 노래다.

10. 어떤 가수, 또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가.
제이민 : 사실 뮤지컬 배우로서는 지금도 성장해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배우’라는 단어도 쑥스럽다.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서 믿고 볼 수 있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스스로 ‘배우’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우선 ‘꽃보다 남자’가 끝나는 날에는 지금보다 한층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가수로서는 꾸준히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다. 이번 ‘복면가왕’의 무대를 보고 어떤 분이 감동받았다고 해주셨는데, 그럴 때 힘을 얻는다. 내 목소리가 알지 못하는 공간의 누군가에게 도달했구나라는 걸 느끼며, 더 많은 곳에 퍼졌으면 좋겠다. 내가 과거에 책 속에 담긴 노래를 보며 기타를 치고 연습했듯이 아주 먼 훗날 한 여중생이 내 곡을 연습하며 가수의 꿈을 키울 수 있기를.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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