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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프로야구] '5억팔' 서동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ML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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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특별 트라이아웃 참가 위해 20일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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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시절 서동환./뉴스1 DB© News1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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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서동환(31)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도전에 나선다. 도전의 대상은 말이 안되게도 메이저리그다.

서동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로 출국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실시하는 특별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트라이아웃은 25일 열린다.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처럼 큰 주목과 거액의 연봉을 받고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꿈과 도전정신만큼은 여느 메이저리거 못지 않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특별할 것이 없는 트라이아웃이다. 오직 서동환만을 위해 열린다는 것 정도가 주목할 부분.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단 한 번의 불펜피칭으로 마이너리그에서 뛸 수 있을 지 여부를 결정하는 '테스트'다.

두산 시절 2군 생활을 하며 친분을 쌓았던 남궁훈(33) 샌디에이고 극동 담당 스카우트가 후배 서동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 트라이아웃 기회를 만들었다. 서동환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해 마련한 자리다.

◇특급 유망주에서 만년 기대주, 그리고 방출 선수로

서동환은 계약금 5억원을 받고 지난 2005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유망주였다. 신일고등학교 재학 시절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메이저리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의 스카우트였던 존 콕스는 서동환의 잠재력을 동갑내기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보다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동환은 메이저리그 대신 두산을 택했다.

큰 기대 속에 두산에 입단한 서동환이지만 프로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거의 없다. 신인 시절 당시 김경문 두산 감독이 서동환을 마무리로 쓰려는 시도까지 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서동환은 2013년까지 두산에서 61경기에 등판해 2승4패 1홀드 평균자책점 6.09(88⅔이닝 60자책)를 기록한 채 팀을 옮겼다. 2013년 처음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은 것.

2차 드래프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그 때까지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삼성은 2차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서동환을 영입하며 두산에 2억원을 이적료로 지급했다.

그러나 서동환은 결국 삼성에서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14년 2경기(1이닝 무실점)에 등판한 것이 전부. 결국 서동환은 지난해를 끝으로 삼성에서도 방출됐다. 각종 부상이 원인이었다.

◇여전한 구속과 자신감 "꿈 위한 절박한 도전"

무모한 차원을 넘어선 메이저리그 도전. 서동환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아직 녹슬지 않은 어깨, 그리고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여전히 서동환은 140㎞ 후반대의 빠른공을 던진다. 삼성 시절 아팠던 허리, 팔꿈치도 말끔히 나았다.

삼성에서도 마지막에는 1년 더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서동환은 도전을 택했다. 실낱보다 가느다란 가능성을 잡기 위해 준비도 철저히 했다.

먼저 투구 스타일을 바꿨다. 어중간한 스피드로는 미국에 있는 강타자들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포심을 버리고 투심을 택했다. 최근 서동환은 투심 구속이 90마일(145㎞)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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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학교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한 서동환. 서울고등학교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서동환은 훈련 장소를 구할 수 있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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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 마지막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각오다.

서동환은 "물론 운동은 항상 열심히 했다. 그런데 미국 도전 마음을 먹은 이후로는 더욱 절박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되거나 말거나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다. 도전을 위해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열심히 운동했다. 어느 정도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위라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주위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럼에도 서동환이 굳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한 것은 오랜 꿈과도 관련이 있다.

서동환은 "언제 또 도전이라는 것을 해보겠나"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프로 입단 전에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땐 그 기회를 놓쳤다. 이번엔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하지 않으면, 나중에 자식들에게 해 줄 말이 없을 것 같다"고 도전의 이유를 설명했다.

기회는 한 번 뿐이다. 25일 구단 관계자들 앞에서 실시하는 불펜 피칭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겨야 헐값에라도 마이너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이날 피칭을 위해 서동환은 이번달부터 미국 시차에 맞춰 생활을 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든든한 조력자, 비슷한 경험의 남궁훈 스카우트

서동환에게 남궁훈 스카우트는 든든한 조력자다. 남궁훈 스카우트 역시 서동환만큼 무모한 도전을 경험해본 인물. 그는 두산에서 방출된 후 스스로의 힘으로 미국 독립리그 문을 두드리다 우연한 기회에 샌디에이고 스카우트로 활동하게 됐다.

남궁훈 스카우트가 현재의 일을 하게 된 것도 '맨땅에 헤딩'이 계기가 됐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자신과 비슷한 길을 간다고 하니 남궁훈 스카우트 입장에서도 돕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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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환과 남궁훈 스카우트.©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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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스카우트는 "내가 독립리그에 도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슷한 도전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며 "(서)동환이는 누구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후배다. 그런 후배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트라이아웃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궁훈 스카우트가 서동환의 도전에서 진정성을 느낀 것은 그의 가족들 때문이었다. 서동환에게는 아내와 20개월 된 아들이 있다. 당장 수입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의 도전을 응원하며 지지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사실 처자식이 있는 동환이의 경우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도전일 지도 모른다"며 "그런데도 한 번 해보겠다고 하니, 나도 열심히 도와줄 수 밖에 없었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둘은 20일 같은 비행기로 출국해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로 향한다. 서동환은 자신을 도와준 선배가 지켜보는 가운데 혼신의 투구를 펼칠 예정이다.

서동환은 "어려운 처지가 되니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남궁)훈이 형은 물론이고 김덕훈 트레이너, 장호연 감독님도 웨이트트레이닝이나 피칭 훈련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어깨 통증을 치료해주신 백승희 원장님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던지고 오겠다"고 각오를 굳건히 했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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