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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은메달에도 웃은 윤성빈의 여유…'평창 승부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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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성빈. 제공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평창=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금은 2등이 더 낫죠, 괜찮아요. 성빈이도 같은 마음일겁니다.”

단순히 둘러대는 말이 아니었다. 스승 입장에서 제자가 혹여 기가 죽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리허설 무대’에서 확신을 느낄만한 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에서 국내 간판 윤성빈(23)이 마르틴스 두쿠르스(33)에게 0.01초 차이로 밀려 은메달을 따낸 뒤였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감독은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제자의 ‘평창 리허설’에 만족해했다. 그는 “차라리 (2위한 게)잘 됐다고 생각한다. 쫓아가는 게 더 낫지 않느냐”며 “(평창올림픽까지)1년 정도 남은 가운데 자칫 1위라는 생각으로 나태하지면 안 된다. 2위이므로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7일 월드컵 7차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윤성빈은 독일 퀘닉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쟁자 두쿠르스가 3회 연속 우승을 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낸 윤성빈으로서는 올해 금메달에 재도전할 수 있었으나 포기했다. 올림픽을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평창 홈트랙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기를 더 바랐다. 홈 트랙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느끼고 올림픽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두쿠르스의 경험은 윤성빈 목표 달성의 2%를 빼앗아갔다. 일주일여 평창 트랙에 집중하고도 완벽한 주행으로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 스타트 구간을 4초61로 주파,전체 1위를 기록하며 가볍게 출발했다. ‘마의 9번 코스’도 무난하게 주행하면서 깔끔하게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50초69로 1차 시기에 참가한 30명의 선수 중 가장 빨랐다. 두쿠르스는 50초87로 윤성빈에게 0.18초 뒤진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역전됐다. 두쿠르스가 2차 시기에서 50초64를 기록했다. 마지막 순서로 나선 윤성빈은 스타트를 4초63에 통과하며 1위를 유지했으나 피니시에서 아쉽게 2위에 그쳤다. 이로써 윤성빈은 올 시즌 8차례 월드컵에서 세계랭킹 2위(금1 은3 동2)로 마감했다.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두쿠르스는 우승만 4차례(4,5,7,8차)를 해내면서 1위를 지켜냈다.

◇결국은 ‘경험’이다
결국 썰매 종목 경쟁력의 핵심은 경험이다. 월드컵에서만 48차례 우승한 두쿠르스는 오랜 기간 세계 각 코스를 익히면서 자기만의 주행법을 가다듬었다. 그가 평창에서도 ‘홈 트랙’ 윤성빈의 기록을 0.01초 차이로 극복한 것 역시 이같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대신 올림픽에선 변수가 잦았다. 두쿠르스는 2010 밴쿠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개최국 선수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만큼 올림픽 직전까지 홈 트랙을 익힌 개최국 선수가 유리하다는 방증이다. 윤성빈은 올 시즌 직전인 지난해 10월부터 평창 트랙에서 감각을 익혔다. 이번에도 귀국 이후 60회 가까이 트랙을 달렸다. 그는 “(7차)월드컵 이후 국내에서 대회 준비하면서 (다른 외국 선수보다)20회 정도 더 탄 것 같은데 분명히 도움이 됐다”며 “월드컵이 끝났지만 (평창에 남아)훈련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트랙을)더 경험해야 한다. 최대한 시간을 낼 것이고 올림픽 때는 한치의 실수없이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회를 통해 (두쿠르스를 이길 수 있다는)확신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마의 9번’ 지배하라
또다른 관건은 ‘마의 9번’ 코스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9번 코스는 평창 트랙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회전 각도가 10도 안팎으로 속도가 120㎞/h에서 100㎞/h 가까이 떨어지는 커브 구간이다. 미세하게 좌우로 휘어져 있어 대부분 선수가 벽에 부딪혔다. 여자 부문 우승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인 재클린 롤링(독일)도 경기 후 “9번과 12번 코스가 어려워서 잘 해내려고 노력했다. 더 보완해야할 부분”이라고 했다. 두쿠르스 역시 “(윤성빈에게 뒤진)1차 시기엔 9번 코스에서 실수가 있었다. 2차 시기 때 잘 수정했기에 잘 탈 수 있었다. 반면 (윤성빈은)2차 때 (9번에서)실수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또 “9번 자체가 선수들에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구간이다. 그래서 놀라게 되는데 트랙을 흥미롭게 하기 위해 만든 것 같다. 이 구간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했다. 윤성빈은 “(9번이 어려운 건) 기존(다른 나라 경기장)커브 구간과 다르게 길이가 길지도, 짧지도 않다. 그래서 선수들이 꺼려하는 것 같다”며 “다만 두쿠르스처럼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일주일여 훈련에도 이겨낼 수 있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로지 자신의 주행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한편 내부 불화로 정상권에서 멀어졌던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2) 서영우(26)조는 1,2차 시기 합계 1분41초22를 기록하며 전체 32개 팀 중 5위를 차지했다. 이용 감독에 따르면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은 21일부터 내달 4일까지 평창에 남아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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