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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그래 이 맛이야" 드라마 <김과장>이 선사하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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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과장>(KBS2)은 전북 군산에서 조폭 회사의 자금을 관리해주며 ‘삥땅’을 치던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삥땅’을 치기 위해 서울 대기업(TQ그룹) 경리과장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김과장은 의도치 않게 회사의 부정에서 맞서게 되고, ‘의인’이라는 이 시대엔 다소 어색한 호칭을 소환한다. 회사는 김과장이 열연하는 해학극의 무대가 되고, 조연 배우들 역시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이 드라마는 탁월한 현실 감각으로 무장한다. 이재훈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현 시국을 언급하면서 “청문회에서 아쉽게 느끼지 못한 감정들을 (<김과장>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김과장이 최근 6회 방송까지 보여준 ‘반전 승리’는 보는 이에게 ‘사이다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김과장>의 대사는 ‘헬조선’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다. 제작진은 이 돌직구 대사가 어색하지 않게끔 드라마에 헬조선을 상징하는 ‘소품’를 촘촘히 뿌려놨다. ‘사이다 카타르시스’ 사건 세 가지와 ‘헬조선 소품’ 세 가지를 각각 정리해봤다.

■‘사이다 카타르시스’ 안겨준 김과장의 한방

검사 출신 TQ그룹의 재무이사인 서율(준호)는 회사의 분식회계 업무를 맡길 요량으로 김과장을 채용한다. ‘삥땅’를 노리고 입사한 김과장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거대한 부정’에 개입될 것으로 보이자 ‘퇴사’를 계획한다. 김과장은 회장 아들인 부본부장 박명석(동하)가 회사 자금으로 수백만원 이상을 펑펑 쓰고 다니는 걸 들춰낸다. 때마침 명석이 경리부를 찾아 갑질을 한다. 김과장은 ‘퇴사’의 꿈 실현을 위해 명석에게 “아버지가 회장이면 개념을 지하 주차장에 놓고 와도 돼?”라고 대사를 날리고 혼내준다. ‘갑’에 대한 ‘을’의 시원한 반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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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계획한 김과장(남궁민·오른쪽)이 회장 아들 부본부장 박명석(동아)을 혼내주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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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그룹의 내부고발자인 전 경리과장은 ‘자살’기도를 하는데, 회삿돈을 횡령하고 이를 도박으로 탕진한 인물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다. 그의 부인 수진(전익령)은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회사는 수진에게 소송을 제기하고, 심지어 1인 시위를 하는 그를 차로 치려는 시도까지 한다. 김과장은 퇴근 길 빙판에 미끄러져 차에 치일 뻔한 수진을 구한다. 주변 사람들은 “의인이다!”를 외친다. 그 순간부터였을까. 김과장은 정말 의인다운 일을 하게 된다. TQ그룹은 중국 기업 서안장룡의 투자를 받고자 하는데, 서안장룡 측은 TQ그룹 계열사의 실사를 요구한다. 더욱이 김과장의 선행에 감탄한 서안장룡 측은 그를 실사팀에 합류시킬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퇴사를 꿈꾸던 김과장은 실사팀 합류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수진에 대한 소송을 취하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한다. 회사가 한방 맞은 셈이다.

중국 기업의 실사를 앞둔 TQ택배는 노조의 파업이 진행 중인 곳이다. 김과장은 실사 차 현장에 갔다가 군산에서 인연이 있었던 노조위원장 이중권(최재환)과 마주쳤고, 예전부터 입고 싶었다던 노조위원장 조끼를 이중권으로부터 건네받아 입어본다. 그런데 파업 현장에 나타난 용역 경비원들은 노조위원장 조끼를 입은 김과장을 납치해간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은 노조위원장으로 오인한 김과장에게 현금 3억원을 제시하며 노조를 와해시키라고 회유한다. 김과장은 그 돈을 그룹 본사 경리부 예비비 항목으로 입금, 전액 회사로 귀속시킨다. 회유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분을 잃은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고, 김과장은 근로자신문 1면을 장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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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그룹 노조 파업현장을 찾았다가 노조위원장 조끼가 멋있다며 조끼를 받아 입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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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에 대한 공격, 재벌의 갑질, 노조 탄압 등에 맞서는 김과장. 그조차도 ‘삥땅’을 치던 인물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어느덧 ‘의인’이 된 김과장에게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김과장은 “인간에 대한 관심”을 우선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헬조선 상징 소품 세 가지

하나는 ‘덴마크 국기’다. 김성룡은 10억원을 모아 덴마크로 이민가는 것이 꿈이다. “대한민국의 변하지 않는 트렌드가 ‘삥땅’”이라고 말하는 김성룡은 “덴마크, 부정부패 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 가장 청렴한 나라여서 좋다”고 말한다. 그의 옥탑방 안에 덴마크 국기가 걸려 있고, 집 외벽에 덴마크 국기가 그려져 있다. 덴마크에 대한 로망은 부정부패가 만연한 헬조선을 역으로 드러내고, 헬조선을 떠나는 ‘탈조선’이 우리의 꿈이 돼버린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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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택배 노조위원장으로 오인받아 납치돼 간 곳에서 사측이 고용한 용역이 3억원을 건네자 이를 받을까 고민하는 김과장에게 납치 장소인 교회의 십자가 덴마크 국기로 보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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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빙탕 5000 드링크 박스’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줄기는 ‘삥땅’이다. TQ그룹이 TQ택배 노조위원장을 회유하기 위해 준비한 3억원은 ‘빙탕 5000 드링크’ 박스에 담겨 있다. 박스 한 개당 1억원이 들어가 있다. 뇌물을 대변하는 ‘사과 박스’가 최근엔 ‘비타민 드링크 박스’로 유행이 바뀌었다. 유행까지도 촘촘히 반영한 드라마다.

마지막으로 ‘장부’다. 기업의 분식회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다. 장부는 회사의 치부이면서 김과장의 치부이기도 하다. 서 이사가 김과장의 약점을 잡은 것은 군산에서 지낼 때 만든 이중장부였다. 김과장이 경리회계 분야의 일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정직한 것이 숫자”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사람이 문제”라는 김과장의 대사는 헬조선의 수많은 이중장부 작성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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