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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임당도 김과장한텐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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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초 기대 적었던 드라마 ‘김과장’

탄탄한 만듦새로 기득권에 일침

5회만에 시청률 7.8%->15.5% 2배

이영애 복귀 ‘사임당’ 누르고 1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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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8일 <김과장>을 보던 시청자들은 순간 귀를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지상파 드라마, 그것도 <한국방송>(KBS2)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다니. 바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노래이자,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주인공 김성룡(남궁민)이 극중 티큐택배 노조 파업 현장을 찾은 장면에서 이 노래는 선명하게 배경음악처럼 계속 흘렀다. 노조의 실제 파업 현장 같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하는 이 장면은 소시민을 보호하고, 기득권에 일침을 가하겠다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김과장>이 예상을 깨고 화제를 모으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드라마 피디는 “여러가지 신경이 쓰였다면 굳이 노래는 안 틀어도 됐을 텐데,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드라마의 진심이 보였다”고 했다.

우후죽순 쏟아진 2017년 신상 드라마 경쟁의 1차 승자는 <김과장>이다. 특히 해외 로케에 한류스타 이영애를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스비에스·이하 <사임당>)를 누르고 수목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김과장>은 한류팬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아닌 ‘우리’ 이야기를 한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주목한다. 티큐그룹 내부고발자가 석연찮은 이유로 자살하고 회사는 이를 도박, 일탈 등 개인의 문제로 여론몰이 한다. 불합리한 노동행위를 강요하고, 노동자를 기계 취급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김과장>은 고발한다. “대한민국 기업은 꼼수 안 부리면 돈을 못 벌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말이야. 불합리한 사회구조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도, 내부고발자들한테 배신자 딱지 붙이고 그런다”같이 기득권과 소시민 내부를 모두 꼬집는 ‘사이다’ 발언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김과장>은 답답한 현실에 한 방 먹이고 싶은 시청자들의 소소한 마음을 투영하고 있다. 대기업 회계부에 입사한 김성룡은 ‘슈퍼맨’처럼 대단한 능력을 가졌거나,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오는 도덕군자도 아니다. 티큐그룹에 들어간 이유도 더 많은 돈을 빼돌려 10억원을 모아서는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 덴마크에 가 살고 싶은 꿈 때문이다. <한국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시청자들은 내 주변의 일반적 의식을 지닌 그의 역설적 일탈에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코미디를 가미한 설정도 눈길끌기에 성공한 이유로 꼽힌다. 애초 <김과장>은 회계를 소재로 기업 비리를 고발하는 딱딱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청자 반응을 끌어낼 방식을 고민한 끝에 코미디를 가미했다. 배우들의 연기에도 좋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남궁민은 능청스러운 말투와 표정 연기로 코믹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완벽한 김성룡이 됐다.

헐거운 편집과 광고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영애의 비슷한 모습, 아역의 어색한 연기 등 초반 <사임당>이 느슨한 사이, <김과장>은 탄탄한 만듦새로 역전을 일궈냈다. <김과장>은 1회 7.8%(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5회 만에 15.5%를 기록했다. <사임당>은 15.6%에서 5회 10.7%로 하락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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