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이대호, 최형우 2003년 심정수 이승엽 능가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시험한 플로리다 말린스 스프링캠프를 모두 마치고 검게 그을린 얼굴로 입국하는 야구선수 심정수와 이승엽(오른).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홈런 레이스는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홈런 경쟁이 붙은 2003년 삼성 이승엽과 당시 현대 소속이던 심정수(은퇴)의 경쟁이었다. 둘은 한 시즌 동안 무려 11차례나 같은날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경쟁을 펼쳤는데 결국 이승엽이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개를 때려내며 심정수에 3개차 승리를 거뒀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17년, KBO리그에 다시 한 번 좌-우 거포의 홈런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계약이 만료된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로 복귀하면서 삼성에서 KIA로 둥지를 옮긴 최형우와 신·구 홈런왕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시즌동안 홈런 14개를 때려내며 건재를 과시한 이대호와 지난해 KBO리그에서 31홈런 144타점 타율 0.376를 기록한 최형우가 본인과 팀의 자존심을 걸고 한 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2011년 10월 20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프로야구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롯데 이대호가 6회초 무사 솔로홈런을 친 뒤 검지를 치켜올리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아트스윙’으로 정평난 진정한 거포들
사실 둘은 전통적인 홈런타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대호는 2006년 26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쥔 뒤 9연속경기 홈런으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2010년 44홈런을 때리며 비로소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최형우 역시 꾸준히 20홈런 이상을 때려냈지만 2011년 생애 첫 30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타고난 체격에 비해 홈런 생산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스윙 자체가 워낙 부드러워 홈런보다 2루타 이상의 중거리 타구를 때려내는 능력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둘 다 힘 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치는 스윙이 몸에 배 큰 포물선보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잘 때려낸다는 의미다. KIA 김기태 감독은 “삼성 이승엽을 제외하면 타격 기술로는 우타자 중에 이대호, 좌타자 중에는 최형우를 최고로 꼽을 수 있다. 90도인 그라운드를 120도 이상으로 쓸 수 있는 타자들인데, 바깥쪽, 몸쪽은 물론 높은공과 낮은공에 대한 대처능력 또한 톱 클래스”라고 극찬했다.

스포츠서울

KIA 최형우가 새 유니폼을 입고 스윙을 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최고연봉 자존심에 ‘전국구’ 경쟁 불가피
둘의 경쟁은 이른바 ‘100억원의 사나이’라는 자존심 대결로도 눈길을 끈다. 최형우가 국내 프리에이전트(FA) 사상 최초로 몸값 100억원시대를 개척했다면 한·미·일을 평정한 이대호는 역대 최고액(4년 150억원)을 받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몸값으로 따지면 이대호가 최형우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때문에 자존심 대결도 불을 뿜을 전망이다. KIA는 최형우를 영입해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롯데는 이대호가 가세하면서 단숨에 5강 후보로 꼽힌다. 둘은 KBO리그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롯데와 KIA를 이끌어야 하는 팀의 4번타자 중책을 맡게 됐다. 큰 연봉을 받았다는 중압감을 넘어 원조 ‘전국구 구단’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스포츠서울

삼성 이승엽(왼쪽)과 현대 심정수가 2003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해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숱한 화제 몰고온 2003년 레이스 재현?
좌-우 거포로서뿐만 아니라 소속팀의 명운을 건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2003년 KBO리그 홈런 역사를 새로 쓴 심정수와 이승엽도 그랬다. ‘명가’로 꼽히던 현대와 삼성의 간판타자라는 자존심 대결이 엄청났다. 더군다나 둘은 2003년 2월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이승엽이 9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 심정수가 9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을 펼쳤다. 이 경쟁은 정규시즌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둘의 홈런 레이스뿐만 아니라 현대와 삼성의 자존심 대결로 확전됐다. 이대호와 최형우는 올해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다른 선의의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 여세가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면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홈런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