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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통속 방위사업 비리 왜 근절 안 되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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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통속 방위사업 비리 왜 근절 안 되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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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내 방위사업 비리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해군 함정에서부터 공군 전투기까지 오염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해군은 통영함 음탐기의 성능을 1960년대식인 평택함·광양함에 장착된 구형 음탐기의 수준으로 요구조건을 낮추었다는 의혹을 받고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비리는 2008년에 시작됐지만 수년간 드러나지 않았다. 공군은 전투기 시동용발전기 납품비리에 휘말려 망신을 샀다. 예비역 공군 장성과 육군 중령 등이 구속됐다.

로비스트 린다김 스캔들이 발생한 지 20년이 돼 가지만 국방조달사업의 후진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북정보 수집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백두사업)은 국방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린다김의 로비를 받은 뒤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호커800XP는 저고도 저속비행이라는 약점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은 물론 대규모 북한군의 이동동향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군수품 조달 비리 사건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방위사업청이 문을 연 2006년 이후 발생한 비리 26건을 분석했더니 비리가 발생한 지 2.3년이 지나야 적발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어제 ‘방위사업 청렴성 제고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현역군인(15건)이 민간출신 공무원(11건)보다 오염도가 더 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부분 뇌물수수였고, 유죄판결을 받은 것만 이 정도라니 빙산의 일각이 아닌지 걱정이다.

비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다. 각종 연결고리가 이들을 한 통속으로 엮는다. 비리를 알더라도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끊고 빠져나갈 수 없다.

비리 제거에 팔을 걷어붙인 방사청이 미국의 국방계약감사기구(DCAA)를 벤치마킹한 ‘방위사업감독관’을 신설하고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목표한 대로 검사 출신 감독관을 선발하더라도 우려가 없지 않다. 감독관이 눈이 어두워 잡아내지 못한 비리는 어찌할 것인가.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만이 비리를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길이다. 군수품 조달 정보 공개수준을 높이고 감사관 권한을 강화하는 등 철통 감시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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