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분의 3박자의 경쾌한 춤곡인 '왈츠'를 닮은 골프장이 있다. 그만큼 생동감과 활기가 넘친다는 얘기다. 아름드리 나무로 빽빽한 울창한 숲이 바람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면 계절을 달리하며 때때 옷으로 갈아 입은 만화방초(萬花芳草)는 손을 열렬히 흔드는 것으로 화답한다. 봄, 여름에는 흰나비떼와 반딧불이가 아름다운 군무로 이 곳이 수도권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임을 알려준다. 한 마디로 이 곳은 자연 그 자체다. 따라서 이 곳에서의 라운드는 사람이 만든 골프 코스가 아닌 신이 선물한 천혜의 자연속을 거니는 것이 된다. 그러니 힐링과 재충전의 깊이가 계량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아난티 클럽 서울이다. 골프장 이름이 일반적이지 않은 이유는 명실상부한 한국 최초의 컨트리 클럽이라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란다. 이 골프장은 지난 2008년에 리츠칼튼CC를 인수해 2년에 걸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2010년에 새롭게 탄생했다. 경춘고속도로 개통으로 이른바 '경춘선 벨트'의 블루칩으로 신분이 상승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명산 자락 총 198만3471㎡(60만평)의 광활한 부지에 27홀만 앉혔다. 면적만 놓고 보면 36홀 코스로 조성해도 충분하지만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렇게 됐다고 한다. 거의 모든 홀이 숲에 의해 독립성을 갖고 그 자체로 완성된 프라이버시를 갖추게 된 배경이다.
3개의 코스는 각각 잣나무(넛파인), 자작나무(버치), 느티나무(젤코바)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무 이름을 딴 것은 유명산 자연림을 그대로 살려 조성했다는 방증이다. 눈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20m가 훌쩍 넘는 잣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건강한 숲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전국에서 공수해 온 만 그루 이상의 러시아산 백자작나무를 식재해 전체적인 느낌이 마치 수목원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홀간 이동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상의 트레킹코스다. 특히 여름에는 숲에 가려 햇볕이 들지 않아 청량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7홀 전홀이 새로운 경험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긴 울림으로 남는 홀은 잣나무 1번홀, 자작나무 4번홀과 5번홀이다. 먼저 547야드, 파5홀인 잣나무 1번홀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 순간 '아멘'이 절로 나올 정도다. 티잉그라운드 주변과 페어웨이를 따라 도열한 20m 이상의 아름드리 잣나무에 한 번 압도되고 길게 뻗은 좁은 페어웨이에 한 번 더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잣나무코스는 이렇듯 울창한 산림이 연출하는 자연경관이 빼어나면서도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코스다.
자작나무 4번홀(파3)은 아난티 클럽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 중 하나다. 티잉그라운드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 그 앞으로 펼쳐지는 울창한 숲과 호수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호수 안에 섬처럼 자리한 바위에서 자라나는 느티나무는 자연의 신비함마저 느끼게 한다. 자작나무 5번홀(파4)은 이 코스의 시그내처 홀로 가장 드라마틱한 티샷을 구현할 수 있다. 내리막으로 조성돼 실제보다 거리감은 짧게 느껴지지만 호수를 넘겨 티샷을 해야 하므로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숲과 호수가 연출하는 풍광으로 충분히 릴랙스가 되기 때문이다.
아난티 클럽 서울의 차별성 중 하나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코스 곳곳에 숨어 있다는데 있다. '맥퀸즈 카페(McQueen's Cafe)라는 이름이 붙은 그늘집은 그 좋은 예다. 영화 '빠삐용'의 주연 배우인 스티브 맥퀸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카페 앞에는 한 때 '스티브 맥퀸'이 즐겨 탔던 모터사이클을 전시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난티 포레스트 힐링 존, 글램피싱, 스노골프, 트래킹 등 사계절 내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이 골프장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라켓 클럽, 야외 수영장, 테니스 코트 등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다 다용도 연회장이 마련돼 있어 비즈니스 미팅이나 가든 파티 장소로도 큰 인기다. 또한 '더 레스토랑'에서는 사시사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친환경 요리가 제공되므로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다. 강일IC에서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마저 좋아 마치 '집밥'에 '집골프'를 즐기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거기에 오는 11월말 '숲속의 요새'라는 컨셉의 펜트 하우스가 오픈하면 명실상부 수도권 최고의 체류형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4가지 타입, 71채 규모의 아난티 펜트 하우스의 컨셉은 프라이버시와 휴식이다. 이를 위해 프라이빗 풀과 개인 온천탕, 울창한 숲과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넓은 테라스, 야외 수영장, 노천탕, 피트니스, 키즈클럽 등의 시설을 갖춘다고 한다. 아난티 클럽 서울이 연주하는 왈츠가 더욱 신나고 경쾌해질 것으로 보인다.
golf@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