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공무원연금 개혁/국민연금 연계 문제점] 국민연금, 소득의 50% 주려면… 당장 보험료 2배 걷어야 가능

조선일보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원문보기

[공무원연금 개혁/국민연금 연계 문제점] 국민연금, 소득의 50% 주려면… 당장 보험료 2배 걷어야 가능

서울흐림 / 7.0 °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3가지 문제점은]

① 野 '盧정부 결정' 뒤집기
소득대체율 다시 50%땐 2065년까지 664兆 더 나가
국민이 내는 보험료율, 現소득9%→16.7%로 올려야

②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겨
내는 돈 크게 늘리지 못하면 기금 고갈 시점 더 앞당겨져

③ 국민 合意 없었다
"공무원연금 1년 걸렸는데… 서너달새 국민연금 못바꿔"
여야 정치권은 지난 2일 공무원연금법을 타결하면서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현행 소득의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달콤하게 들리지만, 실은 국민으로부터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걷거나, 후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

① 국민연금 정책, 돌연 '역주행'

당초 소득 대체율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소득의 70%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때인 2007년 소득의 50%로 줄이고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줄여 40%로 떨어뜨리는 현행 연금 구조를 만들어냈다. '저부담 고급여'로는 국민연금이 지속될 수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야당은 공무원노조와 합세해, 국민 부담이 는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국민연금 지급액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당 역시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방침을 번복,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정책은 '역주행'하게 됐다.

소득대체율 변경에 따른 국민연금 지출액 비교 표

소득대체율 변경에 따른 국민연금 지출액 비교 표


② 국민 부담 증가 사실 숨겼다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65년까지 앞으로 50년간 국민에게 지급할 연금액은 현행보다 664조원 늘어난다. 3일 보건복지부는 "소득 대체율을 소득의 40%에서 50%로 올려 2100년까지 적자가 안 나게 운영하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16.7%로 당장 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소득 대체율 40%를 유지해 2065년까지 앞으로 50년간 국민에게 지급할 예상 연금 지출액은 총 5316조원이다. 만약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면 총지출액은 5980조원으로 늘면서 국민 부담은 664조원 늘어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더 필요한 664조원은 국민 호주머니에서 더 걷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결국은 후세대 부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야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소득 대체율 인상에 덜컥 합의했다는 점이다.

③ 국민 합의 절차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야가 국민 합의 절차를 아예 생략했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여야 합의를 "월권"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야당과 공무원노조 측은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향후 70년간 333조원 예상)의 약 20%를 국민연금에 쓰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으로 국민연금의 구조를 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야 정치권은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도 재정에는 별반 문제가 없다는 무리한 논리도 제시했다. 국민연금 재정 적자는 현행 구조에서는 2044년부터 발생하는데,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려도 2년 앞당겨질 뿐이고, 기금 고갈조차 2060년에서 2056년으로 4년 당겨지는 데 그쳐 재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제도를 유지하는 데도 현재 보험료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대체율 10%포인트를 올리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은 4%"라며 "현재 소득 대체율 40% 유지에 필요한 보험료율이 소득의 15%이므로 적어도 소득의 19%로 보험료율을 올려야 연금제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부담이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현행 보험료율(9%)에 소득 대체율(40%)을 유지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2060년) 이후에는 보험료율을 한꺼번에 소득의 23%로 올려야 연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엔 보험료율이 소득의 28%로 껑충 뛰어 현재보다 3배를 더 내야 한다"며 "사전에 국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앞으로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해 올 9월 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1년 넘게 걸렸는데,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국민연금 개혁을 어떻게 3~4개월 만에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겠다고 여야가 2일 합의하자, 복지부는 발끈했다. 국민 저항을 부를 수 있는 '핵폭탄' 같은 이슈여서, 지금껏 17년째 보험료 인상을 미루고 있는데 여야가 아무런 대책 없이 합의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