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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주고 받기, 문-김의 대권 카르텔

조선일보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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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주고 받기, 문-김의 대권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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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는 여야(與野)의 대선 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전략과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로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상품’으로 만들었고, 문 대표는 ‘공적연금 강화’라는 야권의 목소리를 관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대권 주자들의 ‘주고받기식’ 합의로 인해 연금 개혁의 재정적 효과가 반감됐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작년 10월 고위 당·정·청 회의 이후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혁의 총대를 메왔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청와대가 김 대표에게 던져놓은 까다로운 숙제였다. 그는 본인 이름으로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야 협상은 원내대표단에 일임했지만 노조 등에 대한 설득 작업은 김 대표가 직접 나섰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이란 타개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번에 김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타결함에 따라 향후 당·청 관계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박근혜 정부 첫 개혁 과제를 비박(非朴)계 당 대표가 해낸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김 대표는 '타협에 능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다지게 됐다. 김 대표는 3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여야 합의로 대타협한 것은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고 4대 개혁을 조속히 성공시켜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19대 국회의 가장 큰 쾌거”라고도 했다. 여당 관계자는 “4·29 재·보선 승리에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로 인해 김 대표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협상 타결'이란 정치적 성과에만 매몰돼 야당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적 치적 때문에 개혁이라고 부르기에 한참 모자라는 안에 서둘러 합의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번 합의가 나중에 부메랑이 돼 김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4·29 재·보선으로 정치적 상처를 입은 새정치연합 문 대표로선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이 또 한 번의 위기였다. 별 성과 없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처리될 경우 공무원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 진영의 반발로 문 대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면 “정치적 약속을 지키지 않고 무책임하다”는 국민적 비난이 커질 수 있었다. 이런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 때문에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 야당의 일부 강경파는 “합의해줄 경우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문 대표에게 합의 반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생기는 재원 중 일부를 국민연금에 사용하자는 ‘공적연금 강화’ 카드로 협상에 나섰다. 문 대표는 지난 1일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절감되는 재정의 일부는 공적연금 강화에 투입해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도 연계했다. 문 대표 측은 “공적연금 강화는 서민 지갑을 지키겠다는 평소 문 대표 약속과도 일치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여야 합의 직후 “오늘 합의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조개혁을 해갈 때 따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뿐 아니라 국민들의 공적연금 강화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성과를 챙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이 여야 합의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만 정부·여당에 내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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