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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작가` 매카시의 세상 비틀기

매일경제 이향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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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작가` 매카시의 세상 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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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통해 남성중심 기존 권력 풍자
국제갤러리 3관 개관 `아홉난쟁이`展


"재채기"라는 난쟁이 캐릭터 작업을 하고 있는 폴 매카시.  <사진 제공=폴 매카시>

"재채기"라는 난쟁이 캐릭터 작업을 하고 있는 폴 매카시. <사진 제공=폴 매카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설공주는 눈처럼 깨끗하고 순결하다. 숲 속에 버려진 공주를 보살펴주는 일곱 난쟁이들도 상냥하고 겸손하기 그지없다. 월트디즈니가 유럽 동화를 각색해 만들어낸 세상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판타지의 세계다. 여기 디즈니식 동화를 비틀고 풍자하는 한 작가가 있다. 해학과 풍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난도질한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질문과 묘사 수위가 적나라하다.

미국 서부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문제 작가'로 통하는 폴 매카시(65) 이야기다. 그의 국내 첫 전시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국제갤러리가 전시장 제3관을 개관하면서 그 첫 전시로 그를 선택한 것. 파격과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통해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묻는 듯하다.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은 조각 10점으로 이 가운데 9점이 실리콘으로 만든 '아홉 난쟁이들'이며 1점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사과나무 소년과 사과나무 소녀(2010년작)'다.

알루미늄 작품은 야외에 1점 놓여 있고, 아홉 난쟁이들은 실내를 꽉 채우고 있다. 조각으로 빚은 난쟁이들은 키 180㎝가 훌쩍 넘으며 난폭하고 괴기스럽다. 어릿광대처럼 으스대고 잘난 척하는 본새다. 인물 바닥에는 남성 성기를 빗댄 듯한 오브제들과 성적인 표현이 질퍽하게 버무려져 있다.

매카시가 조각한 백설공주 난쟁이 캐릭터 "심술쟁이"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매카시가 조각한 백설공주 난쟁이 캐릭터 "심술쟁이"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한국을 처음 찾은 작가는 "5년 전부터 백설공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원래 일곱 난쟁이를 만들려고 했는데 작업을 하다보니 '멍청이(dopey)'나 '심술쟁이(grumpy)'를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아홉 난쟁이가 됐다"고 말했다.

난쟁이에 성적인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해 "지금 당면한 이슈는 평등과 권력의 문제"라며 "누가 권력을 쥐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질 때 남성과 남근, 남성적인 무기가 질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을 반복하는 작업을 거부한다. 오히려 기존 질서와 가치에 대한 질문을 대범하게 던지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행위예술과 회화로 작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작업을 '문어발'이라 표현했다. 그 정도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장르만 해도 영화와 드로잉, 회화, 영상, 조각을 넘나든다. 현재 작업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5개고, 작품으로 치면 50점이 넘는다고 한다.

"백설공주 프로젝트의 공통된 주제는 여성과 사랑입니다. 동시에 '서부영화'와 '잠수함'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서부영화를 통해서는 잔혹함을, 잠수함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이야기하고 있죠."


그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 과정이 몇 년이 걸려도 결과물을 예단하지 않는다. 난쟁이 조각 작업도 즉흥성이 가미된 행위예술의 흔적이 녹아 있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뽀빠이와 하이디, 피노키오 등 디즈니 만화에 주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소재로 작업해왔다. 이를 통해 남성 중심의 권력문화와 가부장적 질서에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전시는 5월 12일까지. (02)735-8449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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