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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로틱의 진화, 갈수록 고급스러워지는 '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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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로틱의 진화, 갈수록 고급스러워지는 '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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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수의 시대’의 배우 강한나. 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순수의 시대’의 배우 강한나.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외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부터 한국 영화 ‘순수의 시대’까지 거침없는 정사신이 몰려온다. 한동안 조용했던 극장가에서 ‘19금’ 영화가 스크린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그레이’에서 ‘순수의 시대’까지

‘19금’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청소년 관람불가등급’이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하 ‘그레이~’ 샘 테일러 존슨 감독· UPI코리아 수입 배급)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영화다. 완벽한 억만장자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갈등이 촉발되는 부분이 바로 ‘그레이의 특별한 성적 취향’ 탓이기 때문이다. 27세에 꿈꾸기도 벅찬 부를 가진 그레이는 외모, 능력, 재산 등 모든 ‘스펙’을 갖춘 남자지만, 침대에서는 가죽벨트를 휘두르는 남자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도미넌트(지배적인, 우세한)’다.

가학적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는 지난 2002년 선보였던 ‘세크리터리’가 있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치유에 중점을 둔 반면, ‘그레이~’는 이전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비해서도 훨씬 수위 높은 정사신을 보여준다.

‘그레이~’의 원작소설에 대해 “문학이 아니다”라며 힐난하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을 소설 속으로 빠뜨렸고, 최근 멕시코에서는 영화를 보다 흥분을 참지 못한 여성이 극장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 신고당해 연행되는 등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적인 흥행속에 속편이 나올 예정이어서 완결성은 약하지만, 여성 감독이 세심하게 빚어낸 영화의 분위기는 가학적인 성행위를 훔쳐보는 죄책감보다는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국내 영화 중에서는 오는 3월5일 개봉하는 ‘순수의 시대(안상훈 감독· 키메이커, 화인웍스 제작)’가 과감한 연출을 보여준다. 정통사극인 ‘순수의 시대’는 주인공들의 욕구 분출을 정사신에 그대로 담았다. 신예 여배우 강한나가 신하균, 장혁, 강하늘 등 극에 출연한 주요 남자 배우와 제각각의 감정을 담아 짙은 농도의 정사신을 펼친다.

영화 관계자는 “찍은 것 중 많이 잘려나간 것”이라고 귀띔했지만, 남은 결과물마저도 표현 수위가 상당하다. 사극에 작품성을 갖췄으면서도, 정사신이 어떤 영화보다 강렬했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간 ‘음란서생’, ‘방자전’ 등 표현수위가 높은 사극이 몇 편 나오기는 했지만, 대부분 코믹 요소가 섞인 작품이었다. 이 영화 관계자는 “사극은 투자비용이 많다. 이런 영화들이 정사신이 많으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되는데 그러면 투자비용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아 수위 높은 사극은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순수의 시대’는 오히려 과감하게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에로틱의 변화, 분위기→직접묘사로

정사 장면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시대적 변천사는 있다. 1986년 작인 ‘나인하프 위크’는 당시 킴 베이싱어와 미키 루크의 파격적인 연기로 ‘야한 영화’의 대표작처럼 떠올랐지만, 현재 영화의 표현 수위를 떠올려보면 그다지 높은 수위가 아닐 수도 있다. 최근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비해 정사신의 수위가 높다기보다는 야릇한 분위기가 흐르는 장면이 많아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높았다. 80년대 국내 영화는 ‘여성상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여자와 비’에서는 조연 여배우가 거울에 ‘섹스는 스포츠’라고 적고 적극적으로 침대 위로 오르는 장면이 나오는 등 여성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섹스에 능동적인 신세대 여성’이 그려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90년대만 해도 ‘구강성교’ 장면이 나왔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린 한국 영화도 있었지만, 최근작의 표현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는 배우 송강호의 성기 노출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순수의 시대’, ‘그레이~’ 등에서도 구강성교 장면이 나오지만, 해당 장면이 특별한 화젯거리로 오르내리지는 않는다. 외국영화기는 하지만 ‘그레이~’에서는 그간 ‘장벽’처럼 느껴졌던 여성 성기의 음모까지 노출된다.

여배우에 대한 접근도 이전과 다르다. 과거 70~8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던 정윤희-장미희-유지인 등은 ‘나는 77번 아가씨’ ‘겨울여자’ 등을 통해 남자들 때문에 갖가지 고초를 겪고, 여성으로서 성장하는 역할을 연기해 ‘노출’로 숱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마릴린 몬로에 이어 샤론 스톤, 킴 베이싱어 등이 ‘섹시 스타’로 각광받았다. 과거에는 노출이나 정사 장면이 많았던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섹스심벌’ 여배우들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정사신을 연달아 찍는 여배우도 드물 뿐더러 ‘섹스 심벌’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여배우의 ‘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주로 스토리의 맥락상 필요에 의해 ‘정사신’을 활용하는 편이다. ‘순수의 시대’의 여주인공 강한나는 영화 내의 정사신에 대해 “여배우로서 부담이 컸지만, 가희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감독님을 믿고 찍었다”고 말했다. 극중 가희는 세 남자와의 관계에서 모두 몸을 던져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는 여인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정사신이 불가피했고, 그 정사신에 감정을 담아 표현했다는 이야기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제공|UPI코리아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제공|UPI코리아



◇정사신 표현, 어디까지 갈 거니?

한편 영화계 쪽에서는 오히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최근 영화 심의에 있어 영상물 등급위원회가 보수적인 편”이라며 “이전에는 폭력적인 부분을 심각하게 규제하고, 선정성에 대해서는 예술과 외설을 가리기 애매하다는 입장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폭력성과 선정성에 모두 엄격한 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측은 “법 규정에 의거해 등급 평가를 하고 있다”며 “시대별로 등급 규정이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 등급을 나누는 규정이 ‘성적 묘사나 폭력 묘사 등이 지나치게 자주 나오는 경우’ 등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영등위 측에서는 “등급 분류를 할 때 극의 맥락을 많이 고려한다”고 말해 같은 ‘청소년 관람불가’ 내의 정사신 표현의 다양성은 오히려 보장받는 분위기다.


연인간에 밤을 보내는 모습이 이불을 덮고 나면 대강 상상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과거에 비해 직접적인 묘사가 극장가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보일듯 말듯 애태우던 베일을 벗어던진 정사신의 묘사가 어디까지 진화할 지 궁금해진다.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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