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全 외면하는 용접작업 현장]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때도 용접 불티가 유증기 만나 폭발
'반경 10m내 가연물 금지' 규정… 현장선 빨리 끝내려고 안 지켜
"작업後 현장에 최소 30分 남아 연기 나는 곳 있는지 확인해야"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때도 용접 불티가 유증기 만나 폭발
'반경 10m내 가연물 금지' 규정… 현장선 빨리 끝내려고 안 지켜
"작업後 현장에 최소 30分 남아 연기 나는 곳 있는지 확인해야"
26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는 전형적인 용접 화재 참사였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시커먼 연기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온 것으로 미뤄 용접 작업 현장 근처엔 위험 물질을 치워야 한다는 안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용접 당시 발생한 불티가 누출된 가스와 만나 폭발했고 그 불이 주변에 있던 불타기 쉬운 물질에 붙어 확산됐다는 뜻이다. 용접 불티(불똥)는 용접할 때 전류가 너무 세거나 용접봉과 용접 대상 사이에 물기가 있거나 온도 차가 너무 클 때 용접봉 끝 부분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종의 작은 쇳가루를 말한다. 불티 온도는 섭씨 520~1500도에 이르며 반경 11m까지 날아갈 수 있다. 용접으로 인한 화재는 대부분 불티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7일 오전 검찰, 경찰, 소방서, 국과수,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안전보건공단 등 전문가 50여명으로 현장 정밀 감식을 실시했다.
불티로 인한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시 '코리아2000' 냉동창고 신축 현장에서도 용접 작업 도중 불이 나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냉동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전기 용접을 하다가 발생한 불티가 공기 중 유증기(기름 증기)와 만나 폭발하면서 불이 났다. 천장과 창고 내벽에 설치한 우레탄 폼이 채 마르지 않아 유증기가 창고 안에 차 있는데도 공기(工期)를 단축하려고 용접 작업을 밀어붙인 것이 문제였다.
같은 해 12월 이천의 또 다른 냉동창고에서도 용접 작업 도중 샌드위치 패널 사이로 불티가 튀어 들어가 불이 나면서 7명이 숨졌다. 지난해 3월에는 여수 산업단지 안 저장탱크를 보수하느라 용접을 하다가 내부에 남아 있던 분진에 불티가 튀어 폭발 사고가 났다. 이때도 6명이 숨졌다. 화재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연평균 1203건의 용접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 전국에서 매일 최소 3곳 이상의 용접 현장에서 불이 났다는 의미다.
불티로 인한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시 '코리아2000' 냉동창고 신축 현장에서도 용접 작업 도중 불이 나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냉동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전기 용접을 하다가 발생한 불티가 공기 중 유증기(기름 증기)와 만나 폭발하면서 불이 났다. 천장과 창고 내벽에 설치한 우레탄 폼이 채 마르지 않아 유증기가 창고 안에 차 있는데도 공기(工期)를 단축하려고 용접 작업을 밀어붙인 것이 문제였다.
같은 해 12월 이천의 또 다른 냉동창고에서도 용접 작업 도중 샌드위치 패널 사이로 불티가 튀어 들어가 불이 나면서 7명이 숨졌다. 지난해 3월에는 여수 산업단지 안 저장탱크를 보수하느라 용접을 하다가 내부에 남아 있던 분진에 불티가 튀어 폭발 사고가 났다. 이때도 6명이 숨졌다. 화재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연평균 1203건의 용접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 전국에서 매일 최소 3곳 이상의 용접 현장에서 불이 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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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중 부주의로 의한 대형 화재 사례. 용접으로 인한 화재 비율. |
전문가들은 용접 불티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한 안전 지침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재는 끊이지 않는다. 현장의 인부들이 이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기본법 시행령 5조에는 불꽃을 사용하는 용접 현장에서는 ▲반경 5m 이내에 소화기를 갖다놔야 하고 ▲반경 10m 이내에는 불에 타기 쉬운 물질을 쌓지 말아야 하며 ▲그런 물질을 옮길 수 없을 경우 불티를 막는 방지포를 덮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모두 불티 대비책이다. 김보욱 한국화재보험협회 화재조사센터장은 "현장에서는 공사를 빨리 끝내려고 안전 규정을 등한시한다"고 말했다. 고양종합터미널 사고를 조사 중인 수사본부도 인부들과 건물 관리자, 감독·관리업체 등을 상대로 용접 작업 전 이 같은 안전 규정을 지켰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소방 당국이 용접 작업마다 일일이 작업을 감시할 방법은 없다.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현행법상 용접 작업 등이 포함된 공사를 하겠다고 소방서에 착공 신고만 하면 되고 따로 용접 작업 신고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수없이 이뤄지는 용접 작업을 소방서에서 일일이 감시·감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고양종합터미널 공사도 한 달 전 착공 당시에만 당국에 신고했을 뿐 용접 작업을 개별적으로 신고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남은 불티가 완전히 꺼졌는지를 확인할 때까지 작업 현장을 이탈하지 못하게 만드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티는 짧으면 1~2시간에서 길게는 이틀 정도까지 살아 있다가 불을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업을 종료한 뒤 최소 30분 정도는 현장에 남아 연기가 나는 곳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철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용접 작업이 끝나도 화재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인부들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없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보욱 센터장은 "외부에 전문적으로 화재 안전 관리자를 만들어서 회사가 이들에게 일당을 주고 용접 작업 현장에 하루 종일 붙어 있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큰돈 들이지 않고 안전 관리자를 배치할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서는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안전 관리자가 현장에 배치되기 때문에 추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접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에 한해서는 공무원 또는 민간의 전문 감독관에게 현장 관리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화재보험협회 김인태 박사는 "예컨대 ①규모 1만㎡ 이상의 ②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에서 ③가스·유류 배관 등의 용접 작업을 수반하는 ④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경우로 조건을 제한한다면 소방관 또는 전문 감독관의 부담을 줄이면서 용접 작업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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