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아파트 매매 매물 증감 현황/그래픽=임종철 |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부동산시장 정상화' 발언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3일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 고려 않는다", 25일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 "팔면 내는 세금보다 버티는 세금이 비싸도 그럴 수 있나" 등 최근 들어 잇달아 부동산 세제 관련 발언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있다.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잘못된 기대를 반드시 제어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다주택자를 겨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다주택자들도 압박 발언이 거듭되자 한층 긴장하는 모습이다.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핵심 지역에서 호가를 수억원 낮춘 급매물이 일부 등장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추세로 굳어질 수 있을지다. 아울러 대출 규제로 인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일반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발언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 증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22일 3417가구에서 27일 3607가구로 5.6%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7576가구에서 7662가구로 1.1%, 서초구는 6197가구에서 6340가구로 2.3% 증가했다.
하지만 실수요자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 부담을 의식한 매도자들이 가격을 일부 낮췄음에도 수십억원대 가격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시장은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있어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엘스 전용 59㎡는 최근 급매로 분류되는 매물이 등장했지만 이런 급매물의 호가마저 29억~30억원 선이다. 올해 들어 같은 면적 11층이 30억95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호가 조정폭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 내외에 그친다. 추세의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말라버린 대출 역시 실수요자를 애태우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라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으로 제한돼 사실상 현금 거래 구조가 불가피하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 역시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묶여 있어 고가 주택 시장 전반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 규제 여파 속에 매매 거래는 15억원 이하 주택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가 서울 아파트 실거래를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이후 지난해 12월 기준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82.3%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책 시행 직전인 10월(73.4%)보다 8.9%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제한된 15억~25억원 구간의 거래 비중은 19.5%에서 13.2%로 줄었고 대출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한 2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은 7.0%에서 4.5%로 급감했다.
거래 주체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는 관망에 머무는 반면 충분한 현금 여력을 갖춘 자산가나 기존 주택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수요만 제한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매로 나온 물건 역시 거래 성사 여부는 매수자의 자금 여력에 따라 갈린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달 기준 15억원을 넘어선 점도 이러한 구조를 뒷받침한다. 평균 가격 자체가 대출 규제 기준선과 맞물리면서 급매로 가격이 일부 조정되더라도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는 실수요자에게 체감되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 발언 이후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는 있지만 금융 규제가 유지되는 한 거래는 현금 보유 자산가 중심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급매 출회가 가격 하락이나 (현금이 부족한) 일반 실수요자의 시장 접근성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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