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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장유샤 숙청과 블랙박스 중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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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장유샤 숙청과 블랙박스 중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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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76)은 혁명 원로 장중쉰의 아들이다. 장중쉰은 국공내전 시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과 서북야전군에서 함께 싸웠다.

장 부주석은 대를 이어 군인이 됐다. 1979년과 1984년 베트남과의 전쟁에 참여했다. 2018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중국군 2인자인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됐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한 2022년 당 대회에서 68세에 은퇴하는 ‘칠상팔하’ 관례를 깨고 연임됐다. 2024년 8월 중국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독대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장 부주석은 지난해 온라인을 달군 ‘시 주석 권력이상설’로 더욱 유명해졌다. 장 부주석이 시 주석과 가까운 파벌을 제거하고 그의 실권을 빼앗았다는 내용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전승절 열병식과 11월 4중전회(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건재를 드러냈다.

중국 국방부가 2026년 1월24일 장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의 실각을 전격 발표했다. 국방부는 당 중앙위원회의 연구를 거쳐 두 사람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군 기관지 인민해방군보는 “군사위 주석책임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장 부주석이 시 주석의 권력에 도전했다는 표현이다.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은 이것이 전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 부주석에게 ‘미국에 핵 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중국 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본다. 소련의 니콜라이 부하린, 북한의 박헌영, 마오쩌둥 시절 의문의 죽음을 맞은 린뱌오 등 공산권에서 권력투쟁에 패한 인사들에게는 외세와의 결탁 혐의가 적용됐다. 쿠데타 기도설이나 대만 침공에 대한 이견으로 숙청됐다는 등의 소문도 현재 증거가 없다.

1인 권력 체제의 근본적 불안함을 반영한다는 견해는 폭넓게 공감받고 있다. 시 주석은 1인 권력 구축 과정에서 관례를 깨고 인사 시스템을 흔들었다. 이는 승진 경쟁을 격화하고 고위직의 부패를 심화시켰을 수 있다. 후계 구도도 불안해진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의 우궈광 선임연구원은 팟캐스트 부밍바이에서 이를 ‘독재권력의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라일 모리스 등 중국분석센터 소속 학자들은 대체로 2인자 숙청으로 시 주석 권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자신이 관례를 깨며 구성한 지도부가 붕괴했는데 시 주석의 권위가 유지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교수는 “시 주석의 권력은 항상 도전받고 있지만 시 주석은 사전에 감지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신뢰할 만한 학자들은 하나같이 신중한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공산당 연구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국내 한 학자는 “중국공산당 내부 사정은 과거 홍콩을 통해 나오는 정보가 일부 있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없다. 군 동향은 더욱 폐쇄적이라 ‘블랙박스’와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 블랙박스의 내용을 선명하게 설명한다면 오히려 믿기 어렵다.

블랙박스의 내용이 궁금할수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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