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애널리스트의 마켓뷰]국내시장 복귀계좌, 12조 환류 효과 낼까

동아일보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원문보기

[애널리스트의 마켓뷰]국내시장 복귀계좌, 12조 환류 효과 낼까

속보
뉴욕증시, '빅테크 실적' 앞두고 일제히 상승 마감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한국 자본시장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외환시장과 자본 이동을 동시에 겨냥한 정책은 단기적인 수급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5년 12월 24일, 한국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eshoring Investment Account·RIA) 도입과 세제 혜택을 발표했다.

RIA 제도는 투자자가 해외에 보유한 금융자산을 RIA로 이체해 매도하고, 이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자산에 투자한 뒤 1년간 유지할 경우 매도 금액 5000만 원까지 양도소득세를 면제한다.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제도의 핵심은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해외 투자자금의 외환·주식시장 동시 유입을 유도한다는 점에 있다. ‘해외 자산 매도→원화 환전→국내 투자’라는 일련의 과정은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다. 따라서 RIA는 단순한 절세 상품이 아니라 거시 정책 수단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사례로는 인도네시아의 2016년 자본 환류 정책(Tax Amnesty Program)이 대표적이다.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에 은닉된 자산을 양성화하고 재정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정책을 시행했다. 해외 자산을 신고만 할 경우에도 세율을 인하했다. 해외 자산을 국내로 환류할 경우에는 더 큰 폭의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정책 시행 당시 집계된 인도네시아 국민의 해외 자산은 1195조 루피아(약 103조6000억 원)였으며, 이 중 약 12.4%에 해당하는 147조 루피아(약 12조7000억 원)가 국내로 환류되었다. 절대적인 규모보다 중요한 점은 정책 도입이 실제 자금 이동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점진적인 강세 흐름을 보였고, 자카르타종합지수 역시 정책 시행 기간 동안 우호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자본 환류 정책이 외환시장 안정과 주식시장 수급 개선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2025년 말 한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 자산은 256조 원(약 1736억 달러)에 달한다. 단순히 인도네시아 사례에서 나타난 환류 비율인 12.4%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약 31조7000억 원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을 계산해 볼 수 있다.

다만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동일하지 않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최소 3년 이상 국내 투자를 유지해야 했던 반면, 한국은 1년 유지 조건으로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는 해외 자산 비중이 국내 자산의 약 24%로 매우 높았던 반면, 한국은 약 5.8% 수준에 그친다. 한국의 경우 매도 금액 5000만 원까지만 비과세라는 상한이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를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와 동일한 규모의 자금 환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 환율 안정, 국내 자본시장 수급 개선, 투자 심리 회복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RIA 정책으로 인해 유입될 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사전에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환류 규모는 환율 수준, 국내외 자산 수익률 격차,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의 방향성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본 환류 정책은 단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자 행동의 선택지를 바꾸고, 중장기적으로 자본의 흐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