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중복상장 논란에… LS, 증손회사 기업공개 철회

동아일보 이민아 기자
원문보기

중복상장 논란에… LS, 증손회사 기업공개 철회

서울맑음 / -3.9 °
소액주주들 “주주 가치 훼손” 반발

李, LS 콕 찍어 중복상장 문제 지적

자회사 상장 추진 다른 기업들도 비상
LS그룹이 ㈜LS의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공개(IPO) 추진을 전격 철회했다. 소액주주들이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며 반발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중복 상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상장을 강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S는 “소액주주와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경청해 상장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가 2008년 약 1조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선업체 슈페리어 에식스에서 전기차 모터·변압기용 특수 권선(捲線·전선을 코일처럼 감아 놓은 것) 사업을 분리해 키운 회사다.

LS는 인수 당시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슈페리어 에식스를 상장 폐지시키고,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LS는 2024년 4월 이 중 권선 부문만 별도 분리해 에식스솔루션즈를 출범시켰다. 이후 지배구조 개편을 거치면서 현재의 ㈜LS(지주)-LS I&D(자)-슈페리어 에식스(손자)-에식스솔루션즈(증손) 체제를 갖췄다. 에식스솔루션즈는 테슬라와 도요타 등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선두 기업이 됐다.

당초 LS는 올 상반기(1∼6월) 중 이 회사를 상장시켜 약 5000억 원의 설비 투자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급증하는 북미 지역의 전력망 교체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LS 소액주주들은 “에식스솔루션즈의 성장성을 보고 ㈜LS 주식을 샀는데, 핵심 사업을 따로 상장시키는 것은 주주 가치 훼손”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LS는 ‘모회사 주주 우선 배정’ 등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오찬 자리에서 LS 사례를 지목하며 중복 상장 문제를 지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IPO 추진 철회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살진 암소를 샀는데 송아지가 태어나면 남의 것”이라는 비유를 들며 증시 중복 상장 문제를 비판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LS 측이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기존 계획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LS의 상장 철회 결정이 알려지며 비상장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던 다른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HD현대로보틱스, 한화에너지, SK에코플랜트 등이 최근 상장을 추진하던 대표적 기업들이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섰는데 그 전까지는 상장 작업이 멈출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모자기업 중복 상장이 원천 차단될 경우 국내 우량 기업들이 해외에 상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