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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분한 공론화 없이 한달 만에 신규 원전 밀어붙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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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분한 공론화 없이 한달 만에 신규 원전 밀어붙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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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기후부 기자실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기후부 기자실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정부가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벌일 것처럼 보였던 정부가 불과 한달 만에 최종 결론을 내려버린 것이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미칠 핵심 쟁점에 대한 숙의 과정은 사실상 전무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전략 분야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2037~38년까지 원전 2기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벌인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국민 60% 이상이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신규 원전 2기 외에 향후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새로 수립하는데 올해 12차 계획(2026~40년)이 나온다.



몇달 전만 해도 정부는 전임 정부가 수립한 11차 계획을 존중하지만 신규 원전을 짓는 문제는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김성환 장관은 물론이고 이재명 대통령도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담보되면 하는데 제가 보기엔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 내 기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가 커지면서 급변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연말 정책 토론회를 열고 공론화에 착수했지만 불과 한달도 안 된 시점에서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정책토론회에서는 원전의 경직성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기술적 논의만 이뤄졌을 뿐이고 여론조사에선 원전이 마치 불가피한 해법인 양 유도된 질문으로 중립성 논란을 초래했다.



원전 가동에 따른 현실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자꾸 뒤로 미루려고 해선 안 된다. 원전을 돌리면 배출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현재 처리할 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부지 안에 보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계속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전이 특정 지역에 밀집되면서 그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송전선로 갈등을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감내해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1차 계획에서 전력 수요가 과대 추정됐다는 논란도 여전한 상황이다. ‘정해진 결론’을 합리화하는 형식적 공론 절차 대신 우리 사회가 막대한 위험 부담을 안고 원전을 더 지을 것인지에 대한 좀 더 충실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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