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뒤에 남는 질문, 화제성은 계산-책임은 편집으로 삭제
제작비와 광고 계약 앞에 윤리는 '검토중', 방송가의 면죄부
유명 셰프 '임성근 논란'을 통해 방송가는 단순히 한 인물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문제를 넘어, 방송이 어떤 기준으로 인물을 소비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유명 셰프 '임성근 논란'은 최근 방송가를 관통하는 가장 불편한 장면이다. 단순히 한 인물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문제를 넘어, 방송이 어떤 기준으로 인물을 소비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이 오래 남는 이유는 하나다. 방송가가 알고도 선택했고, 문제가 터진 뒤에도 계산기를 먼저 두드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서다.
물론 임성근은 대중의 갈채를 받는 전형적인 연예인은 아니다. 그러나 방송에 등장하는 순간, 주요 출연자로서 그는 명백히 '콘텐츠 자산'이 된다. 화제성, 논쟁성, 시청률 기대치까지 포함한 상품이다. 제작진은 이 점을 알고 캐스팅했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 또한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출연이 강행됐다면, 그 판단의 배경에는 결국 제작비와 광고 구조가 놓여 있다.
요즘 방송 제작 환경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제작비는 치솟고, 광고 시장은 위축됐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성사되기까지 외부 제작사, 투자사, 간접광고(PPL), 협찬 브랜드가 복잡하게 얽힌다. 이런 구조에서 화제성이 높은 출연자는 곧 리스크이자 보험이다.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동시에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명분을 제공한다.
방송은 특정 인물의 법적 갈등 또는 사생활 논란 등이 불거지면 도덕적 적절성보다 '이미 촬영된 분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광고 계약에 위반 소지는 없는가', '편집으로 조정 가능한 수준인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 시 한다. 사진은 박나래. /앤파크 |
◆ 방송계의 민낯 드러낸 '편집'이라는 만능 처방의 한계
'임성근 논란' 이후 제작진이 가장 먼저 검토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도덕적 적절성보다 '이미 촬영된 분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광고 계약에 위반 소지는 없는가', '편집으로 조정 가능한 수준인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 시 된다. 물론 시청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방송가는 늘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알고보면 늦어진 이유는 늘 선택의 결과다.
이런 선택은 박나래, 조세호, 조진웅 사례에서도 반복됐다. 사생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방송가는 '출연 유지'와 '통편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핵심 기준은 일관되게 하나다. 광고주와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선,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브랜드 이탈이 없으면 출연은 유지된다. 반대로 광고주가 불편해하는 순간, 판단은 놀라울 만큼 빨라진다.
이것이 바로 방송가의 현실이다. 도덕성은 선택 사항이고, 계약서는 절대 기준이 된다. 논란의 수위보다 광고 리스크가 더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되면서, 제작진은 점점 윤리적 판단을 다른 쪽에 서 있는 사람들, 즉 외주화로 돌리고 싶어한다. 여론의 방향, 광고주의 반응, 플랫폼의 눈치가 기준이 되고, 제작 책임은 흐릿해진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제작진은 '출연 유지'와 '통편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자초지종 설명이 무시된 가운데, 편집으로 장면을 덜어내고, 공지 없는 하차로 상황을 정리한다. 왼쪽부터 조진웅 조세호. /더팩트 DB |
◆ 방송, '콘텐츠 윤리적 기준' 무시하면 공적 영향력 포기
임성근 논란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이 구조가 이제 연예인 영역을 넘어 시사·교양, 사회적 인물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이다. 논쟁적인 인물을 세우면 콘텐츠는 살아나고, 클립은 잘 팔린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출연자 개인의 문제'로 선을 긋는다. 이 편리한 공식 속에서 방송은 스스로를 무책임한 유통 채널로 축소시킨다.
이제 시청자는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누가 왜 등장했고, 왜 사라졌는지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방송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편집으로 장면을 덜어내고, 공지 없는 하차로 상황을 정리한다. 이는 위기 관리일 뿐, 신뢰 회복은 아니다. 임성근 논란은 방송가에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제작비와 광고 계약이 콘텐츠의 윤리적 기준을 대체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만약 그 답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라면, 방송은 더 이상 공적 영향력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편집은 기술이지 책임이 아니다. 출연을 결정한 순간, 방송은 이미 공범이 된다. 임성근 논란이 또 하나의 '관리된 이슈'로 소비된다면, 다음 논란은 더 빠르고 더 거칠게 돌아올 것이다. 그때도 방송가는 또다시 "이미 늦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늦은 쪽은 신뢰다. '임성근 논란'이 단발성 이슈로 끝난다면, 다음 논란의 이름만 바뀔 뿐이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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